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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2.26 아들에게 보낸 편지
  2. 2014.02.08 삼합
  3. 2014.02.07 선물
  4. 2014.01.11 Happy New Year !
  5. 2013.11.20 식구 2
  6. 2013.10.30 기념일 1
  7. 2013.10.26 인터미션 1
  8. 2013.10.20 no more
  9. 2013.10.09 반표 4
  10. 2013.08.15 덥지만, 시원한 1

(필요하다 싶어 큰아이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민규야.
 
아빠가 본과를 시작하는 시기에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서 이렇게 글을 쓴다.
 
참고로 이건 연대 의대 나와서 의사생활 잘 하고 계신 분께 들은 내용을 토대로 해주는 얘기야.
 
의대 공부 전체가 어렵지만,
특히 본과 1,2년 그러니까 올해랑 내년이 정말로 힘든 시기라 하더라.
그분 표현으론 공부 시키는게 꼭 '토끼 몰이'하는 정도로 긴박하게 학생들에게 스트레스를 준다 하더라구.
 
바꿔 말하자면 사람의 능력이 100 정도인데, 200에 해당하는 수준을 요구한다는 거지.
그런데 학생들 중에는 100을 달성하는 애들이 있는가 하면 어떤애들은 150을 나타내기도 하고,

또 어떤 애들은 80정도밖에 못나오는 경우도 있다는 거야.
이중 특히 80 또는 그 이하의 결과가 나올 경우, 무지 힘들어하고 또 유급을 당하기도 하면서 좌절하는 경우가 있다 하더라.
이 2년간을 잘 극복하면 그 뒤 본과 3,4학년은 훨씬 수월해진대.
 
아빠가 도와줄 부분이 있다면 살이라도 깍아 줄 수 있는데, 그럴 수도 없고.
 
대신 아빠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아빠는 항상 민규 편이라는 거야.
그래서 언제든 힘든 걸 나누려 하고 또 너의 지지대가 되어 줄거란 거야.
물론 좋은 결과가 나온다면 더없이 신나는 일이겠지. ^^
 
비온 뒤에 땅이 더 단단해지고, 무지개를 만날 수 있듯이
민규도 2년의 과정을 잘 극복해내고 더 성장할 수 있을 거야.
 
의대 들어 간 것만으로도 아빠는 네가 한없이 대견하고
스트레스 받는 일 있을 때 민규 생각만 하면 마구 기분이 좋아져.
 
아빠는 지금까지 잘 커 준 거 고맙게 생각하고
앞으로도 민규 잘 되도록 늘 기도할거야.
 
다소 부담 되는 내용의 편지이겠지만 너에게 꼭 필요한 말들일 것 같아서 펜을 들었는데,
표현이 잘 되었는지 모르겠다.
 
떨어져 있으니 더욱 건강 조심하고,
재밌고 좋은 경험들 되도록 많이 하면서 대학생활 보내거라.
 
훗날 돌이켜보면 가장 열심히 생활했던 지금이 보석처럼 빛는 시기가 될거야.
 
 
                                                                                  사랑을 담아,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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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합

2014. 2. 8. 12:46 from story of my life


삭힌 홍어, 삶은 돼지고기, 묵은지.
세가지가 어울려 입안에 들어가면 혀와 뇌가 자극을 받아 짜릿한 행복감을 느낀다는 삼합. 여기에 막걸리까지 추가하여 사람들은 홍탁이란 이름까지 붙여놓았다.

나에겐 위 세 음식의 향미에 비교될 수 없는 완벽한 삼합이 있는데,

바로 '음악, 커피, 책' 이다.
세가지를 함께 경험할 때 느낄수 있는 조화로움은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다.
무한의 행복감.
가끔씩 책이 음악을 방해하거나 또 음악이 책읽는데 훼방을 놓기도 하지만, 그거야 뭐 대수랴.
거기에다 집에 혼자 남아 아무 방해받지 않고 이 세가지를 누릴 수 있는 오늘같은 환경은 막걸리같은 훌륭한 촉매제 역할을 해준다.

작은 것에서 큰 행복을 느낄 수 있어 감사하다.

삼합 얘기를 하니 시큼새콤한 홍어무침이 먹고 싶어지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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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2014. 2. 7. 17:52 from music, film & literature

 

퇴사한지 5년이 지난 아끼던 후배하나가 새해 인사차 회사로 찾아왔다.

지금은 세살난 아이를 키우면서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착실한 친구다.

 

차한잔 하는데 슬그머니 풍월당 종이백을 내놓아 꺼내보니 두장짜리 CD였다.

내가 CD선물 좋아하는 거 어떻게 알았지? ^^

뜯어보니 '자클린 뒤 프레' 연주로 하이든, 엘가, 드보르작 세작곡가의 협주곡이 담겨있는 멋진 음반이었다.

 

자클린 뒤 프레.

그녀는 그야말로 영화같은 삶을 산 주인공이다.

 

피아니스트인 엄마에게서 태어나 5살 생일에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첼로소리를 듣고 활을 들었다는 그녀.

어릴적 카잘스와 토르틀리에 같은 거장들의 인정을 받았고, 그녀를 가르쳤던 로스트로포비치는 “내가 이룬 업적과 동등한, 아니 그 이상을 해낼 수 있는 젊은 세대의 유일한 첼리스트”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한다.

열여섯살에 리사이틀로 데뷔, 열일곱살에는 BBC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엘가'의 첼로협주곡을 연주하기 시작하면서, '엘가협주곡의 전설'이라는 칭호를 얻으며 고향 영국인들의 사랑을 받게 된다.

 

미국의 데뷔 무대에서 다니엘 바렌보임을 만나 사랑을 하고, 22살의 나이에 결혼을 하게 된다.

이 부부 듀엣은 이후 수많은 팬들을 사로잡으며 불꽃같은 음악활동을 전개해나간다.

 

두사람의 과도한 재능과 사랑을 하늘이 시샘한 것일까?

20대 후반 그녀는 시력이 약해져갔고 연주를 하며 박자를 놓치거나 심지어는 활을 떨어뜨리기까지 하는 실수를 종종 하게 된다.

완벽주의자인 바렌보임은 정신력을 탓하면서 그녀을 더욱 강하고 호되게 몰아갔다.

결국 어느날 거리에서 쓰러진 뒤 병원으로 옮겨져 받은 검사결과

희귀성 병으로 온몸이 점점 굳어가는 '다발성 경화증'이란 판정을 받았고,

이후도 활을 놓지 않고 끝까지 연주를 하였지만, 그녀의 열정도 불꽃이 사그러드는 것을 멈추게 할 수는 없었다.

 

서로 음악적인 영감을 나누며 호흡을 맞췄던 두사람.

하지만 천재를 사랑했던 지휘자는 이런 상황에 놓인 그녀에게 이혼을 요구하였고,

병마와 싸우던 그녀는 42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다.

 

선물로 받은 곡들을 아이팟에 담아 퇴근하며 들어보았다.

여러 위대한 첼리스트들이 그렇듯 그녀의 연주는 색달랐다.

하이든 첼로 협주곡에서는 그녀의 활이 내는 소리에서 양파같은 향이 풍긴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큼하면서도 맵고 날카로운..

하면서도 섬세함 보다는 과감함과 터프함이 느껴지는 풍부한 연주를 구사하는 연주자였다.

 

이제 주말에 시간 내서 첼로를 꺼내 연습 좀 해야겠다.

 

고마워 후배야.

 

 

[ 바렌보임과 자클린 뒤 프레 : 엘가 첼로 협주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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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 New Year !

2014. 1. 11. 14:48 from music, film & literature


오랜만에 서울시향을 만나고 왔다.
헨델 메시아 연주로 무대에 선 게 12월9일이니 예당을 찾은것도 한달여만의 일이었다.

레오노레야 워낙 잘 알려진 곡이지만 뒤에 이어진 '슈'라는 곡은 진은숙이라는 작곡가 말고는 정보가 전혀없는 터라 무척 궁금하던 차였다.
곡의 구성이나 색깔은 그녀를 늘 따라다니는 아르스 노바(new arts)란 표현에 걸맞게 적당히 생소하고 알맞게 신기했다.
사실 이곡의 주인공은 '생황'이라는 중국의 3천년된 악기와 연주자였다.
생황의 모양을 설명하긴 어려우나,
길이 30에서 60센티미터의 얇은 행운목들 7~8개를 원통 둘레에 세로로 둘러서 붙여놓은 악기로, 난 처음 보는 순간 좀 엉뚱하지만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모형이 떠올랐다.
악기가 내는 소리는 파이프오르간의 높은음역대들만을 추려놓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오르간과의 확연한 차이점은 연주자 호흡의 세기와 양에 따라 다양한 톤과 기법이 쏟아져나온다는 것이다.
또한 협연자의 독주라해도 과언이 아닐 곡의 후반부에 가서는 목관과 금관의 이질적인 소리를 동시에 빚어내는데 마치 복화술을 듣고있는 듣한 신비한 느낌을 받았다.
생경한 곡이어선지 주자가 퇴장한 후 박수가 사그라드는 듯하자 정명훈은 청중들에게 두번씩이나 커튼콜을 유도했다.

전날과 달리 2부에서는 베토벤 5번교향곡이 연주되었다. 1층 네번째줄 오른쪽 자리여서 지휘봉을 잡은 오른손과 얼굴표정을 생생히 볼 수 있었다.

나는 정명훈 지휘 공연을 가면 늘 손해를 본다. 지휘자에 너무 눈이 많이 가서 단원들과 음악 자체에 집중을 못하기 때문이다. 헤헤, 물론 농담. 

정명훈 연출의 5번교향곡을 들어보는 게 이번이 네번째인데 또한 느낌이 예전과 달랐다.
그동안 나는 푸가 형식을 특히 현악기들을 통해 짜릿하게 재현해내는 3악장이 단연 백미라고 여겨왔는데, 이번에는 2악장에서의 비올라 소리가 정말 달리 느껴졌다. 제1주제를 첼로와 함께 이끌어내면서 2악장 특유의 서정성을 드러내주는 일등공신이 비올라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못보던 정명훈의 새로운 모습도 보았다. 객석에 인사할 땐 너무도 인자한 모습의 그가 단원들에게 뭔가를 요구할 때면 가끔씩 서슬퍼런 엄격한 표정을 보인다는 것.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리더십에는 여러가지 모습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긴 했는데, 그래도 나는 그의 웃는 모습이 제일 멋지다.

좋은 음악은 정신의 훌륭한 치유제다. 어떤 연유로 최근 가슴이 회색빛이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사람, 또 화려하면서도 힘있는 음악을 만난 후에는 예당 광장을 나서며 겨울바람이 차게 느껴지기보다는, 좀 생뚱맞은 모습이긴 하지만 광장에 새로 생긴 시계탑이 마냥 귀엽게만 보였다.

그리고 한층 기분이 좋아진 또하나의 이유는, 몇차례의 커튼콜 후 정명훈의 주도 아래 서울시향 단원들 모두가 객석을 향해 'Happy New Year!'를 외쳤는데, 그 인사가 마음에 남아있어서인가 보다. 그들의 외침이 내게는 올해 어느누구에게서 들은 새해 인사보다 위안과 행복을 안겨주었다.

여러분 모두 'Happy New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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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구

2013. 11. 20. 13:42 from story of my life


미니가 죽었다.

갓난애로 수원 살던 우리집에 들어온 게 2002년 여름이니, 11년반을 살고 죽은 것이다.
처음에 대소변도 못가리는 신생아를 두아들 녀석은 마냥 신기해했고 저희 엄마아빠와보다도 더 친밀한 교감을 나누며 당연스레 식구로 받아들여 키워왔다.

일주일 전부터 숨소리와 거동이 심하게 안좋아져 난 걱정을 하는 정도였고 민성이는 시간 날때마다 미음을 먹이고 쓰다듬어 주며 눈물을 보이곤 했다.

우리가족, 특히 아이들과 평생을 같이해온 미니의 죽음.

소식을 듣고 집에 전화를 하니 집사람은 소리내 울고 있었다.
미니를 들여올 때 반대했던 집사람.
먹이고 키우고 뒷치닥거리를 하며 남다른 정이 들었고, 두번째 망치는 본인이 자청해 들여와 두마리 개를 한꺼번에 키워 왔으니 그 정이 오죽할까 싶다.

아이들은 어떨까?
맏이 특유의 조용함과 차분함을 소유한 민규도, 두 강아지에겐 남다른 애착과 활발함을 보였다. 밥주고 똥오줌 치우고 품에 안고 자고, 집에 오면 이름을 부르고 대화를 나누고.
두 강아지에 대한 사랑은 두아이 모두 같았다. 아이들은 어릴적부터 동생같은 두마리를 통해 사랑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을 것이다.

아이들은 슬퍼하며 많이 힘들어하겠지.

근데 소식을 들은 나도 아이들이 받을 충격을 걱정하기에 앞서 미니가 죽었다는 사실자체에 눈물이 자꾸만 난다.

처음 만나 손등의 우유를 핥던 촉감부터 연수원 푸른 잔디밭을 바람처럼 누비고 뛰어다니던 모습이 선하다.

6년전 열린 현관문틈으로 밖으로 나가 집안을 한번 뒤집어놓았는데, 다섯시간만에 분당에 가서 찾아온 기억도 있다.

미니가 좋은 곳으로 가면 좋겠다.
가족들도 덜 슬퍼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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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일

2013. 10. 30. 09:14 from story of my life

 

예전에 10월 24일은 공휴일이었다 한다.

UN Day.

그래서 부모님은 49년전 10월 24일에 결혼을 하셨다.

결혼식 흑백사진을 보면 정말정말 예쁜 엄마와 멋지게 생긴 아버지, 그리고 주변으론 애띤 얼굴의 삼촌, 사촌들이 개구지게 포진하고 있다.

금산 태생에 고등학교 영어선생님인 신랑, 대구의 명문대를 졸업한 약사 신부의 혼사다 보니 주변사람들의 축하와 부러움을 동시에 받았을 것같다.

이듬해 10월30일에 맞이인 내가 태어났다.

 

기념일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초등 5학년 스승의날.

그날 점심시간에 반 친구들 모두는 천정에 풍선을 달고, 꽃을 차리고, 축하문구를 붙이는 등 분주하게 열심히 교실을 장식했다.

5교시 담임선생님이 들어오시자 우리는 준비했던 '스승의 날' 노래를 불렀는데,

선생님은 묵묵히 서서 듣고 계시더니, 노래가 끝나자 자리로 가셔서 책상위에 두손을 모아 올려놓고는 한참을 고개를 숙인채 아무 말씀이 없으셨다.

분위기는 숙연해지고 나는 우리가 뭘 잘못한 건가 하는 걱정이 들기까지 했다.

 

잠시후 선생님은 '내가 여러분에게 이런 축하를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는 요지의 말씀을 하셨다.

에이, 우리 모두 선생님 진짜 좋아하는데..

 

또 기억에 남는 기념일은 초등 일학년 생일.

같은 반에 나와 생일이 이틀 차이 나는 이송훈이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이친구 엄마가 반 전체에 빵과 음료수를 돌리셨다.

내 생일날 친구들 몇몇이 '야, 길신현! 넌 생일인데 뭐 없냐?'하고 핀잔을 주는 바람에 대답도 못하고 민망해 한 기억이 난다.

 

오늘 마흔 여덟번째 생일.

사실 생일은 내가 축하받을 날이긴 하지만,

나를 낳아주고 길러주신 건 부모님이기에, 대학시절 어느 생일 난 술에 젖은 목소리로 대전에 전화를 해 두분께 '잘 낳아주셔서 고맙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기억에 그날 아버지가 나를 대견해하신 것 같다.

 

출근하면서 친구, 동료들로부터 축하메시지를 받았다.

또 방금은 유치원 다니는 7살배기 귀염둥이 조카가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큰아빠 생일 축하해요'하며 동생 폰으로 전화를 해왔다.

난생 처음 조카한테 축하를 받으니, 높아진 가을하늘만큼 마음이 맑아졌다.

다섯살 터울 동생녀석, 아직도 철이 안든줄 알았더니 나보다 낫네.

 

기념일을 정해 서로 따뜻한 말을 주고 받는 일은, 세상을 사는 우리들의 마음을 봄날의 꽃밭처럼 화사하게 만들어 준다.

 

다음주 화요일은 엄마의 생일.

엄마는 올해 결혼기념일과 생일 모두를 병원에서 지내게 되셨다.

 

그래서 나는 오늘 행복하면서도 불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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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미션

2013. 10. 26. 17:21 from story of my life


최근 혼자 공연을 오는 일이 자주 생기게 된다.

오늘은 유니버셜발레단의 'This is Modern'
인터미션에 로비 의자에 앉아 있노라면 공연의 분위기에 새로운 묘미가 더해진다.
오늘은 여학생들이 단체로 많이 온 편.
발레리노의 매력에 끌려 왔나 보다.
난 천상 남자이다 보니 발레리나가 더 좋은데. ^^
저 나이에 이런 것들을 접하는 일은 참 소중하리라.

어릴 때 엄마 손에 끌려 '백조의 호수'나 '호두까기인형' 등 몇차례 가보긴 했지만, 사실 그다지 관심이 없다가 바리시니코프의 '백야'를 보고는 발레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게 되었다.

그뒤 나도 아이손을 잡고 '호두까기 인형'을 보러간 적이 있는데, 내 어릴적 상황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발레는 '아름답다'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것같다. 말하고 싶은 것들을 오로지 몸으로만 표현해야 하는 그들의 내면세계는 어떨까?
이들을 표현하자면, 한쪽발을 살짝 내밀고 턱끝과 시선을 45도 아래로 향하며 '여기 나 있어!'하는 모습이 잘 어울리는 사람들이다. 이슬만 먹고 살 것 같은. ㅎ

오늘은 이들 동작중 나도 가능한 게 있을까 하며 집중을 해봤는데, 물론 전무한 것같다.

공연이 끝나고 밖에 나가면
지난번 '오네긴'을 본 뒤처럼
사뿐싸뿐 하며 다니고 싶은 마음이 들게 될 것같다.

몸무게 때문에 불가능한 일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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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more

2013. 10. 20. 18:18 from story of my life


엄마가 아프다.
그래서 나도 아프고 내 동생들도 아프다.
모두 더이상 아프지 않게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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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표

2013. 10. 9. 11:58 from story of my life

오랜만에 혼자하는 기차여행이다.
행선지는 마산.
근데 마산역은 나에겐 어릴적 일로 또렷한 기억이 남아있는 특별한(?) 곳이다.

입사후 업무차 갈때면 늘 부산을 들렀다 가고 올땐 비행기로 올라와서 마산역을 거칠 필요가 없었는데, 오늘은 새벽같이 눈이 떠 새로이 부서를 옮긴 후로는 못가봤던 마산점을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덜컥 열차를 예매했다.

35년전 초등학교 5학년 여름방학, 우리 3남매는 엄마와 함께 대구 외가에 가 며칠 있었는데(막내는 집에 남아있었던 것같다), 두려움이란 단어를 모르는 우리 엄마는 3남매에다가 외사촌 한명의 손까지 붙들고 당시 마산에 있는 고모네를 습격한다.
내가 두려움이 없다는 표현을 쓴 것은, 여러명의 인원을 몰고 시누이집을 가는 것때문만은 아니다. 더 큰 이유는 그때 고모가 세살터울로 둘째를 베 만삭인 몸이었기 때문.

물론 고모는 급습을 받고도 생글웃음을 지어 보이며 다섯손님의 밥과 잠자리를 제공해주었고, 충청도로 장가를 왔지만 충청도 양반보다 훨씬 예의바른 - 그래서 난 이 고모부를 어릴적 삼촌들보다 더 좋아했다 - 고모부는 우리를 데리고 마산의 돗섬유원지, 성안백화점 등을 구경시켜 주었다. 고모는 따라오지 않았다.
올케가 얼마나 얄미웠을까?

시간이 지날수록 고모한테 미안한 마음이 자꾸 들었다.
원래 두밤 자고 가자는 걸, 조르고 졸라 이튿날 대전집으로 출발했다.

사건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마산역서 엄마가 대전행 차표를 끊는데, 어른 한명에 애들 네명인데 그냥 어른표 세장을 끊었다. 나는 이해가 안갔다. 그당시 이름으로 '반표'라는 게 있었는데, 어른운임의 반값이어서 그상황에서는 어른 한장, 반표 네장 이렇게 사면 어른 세장 값에 다섯자리를 받아 갈 수 있는 것.
물론 크기는 반쪽은 아니지만, 색깔이 다르고 가격이 반값이어서 '반표'였다.
혼자서 대구를 자주 다닌 나는 '반표'를 알았고 약국을 지키던 엄마는 몰랐던 것.

당연히 나는 표를 바꾸자고 했는데, 엄마는 자리가 많을 거라며 그냥 플랫폼으로 향했다.
왠 걸, 기차에 오르니 자리가 여의치 않았고 세자리에 다섯이 붙어가야하는 격지 않아도 될 불편함에 얼마있다가 나는 치밀어오르는 부화를 이기지 못해 '그러게 왜 내 말을 안듣고 그랬냐고' 따지고 들었다. 한번은 참았다가 두번째 공격을 받자 엄마는 바로 내 따귀를 제대로 한대 올렸다.
지금 생각해도 엄마가 너무 밉다.
김천쯤부터 여유가 생겨 각자 한자리씩 앉아오긴 했지만, 마산역을 한시간 앞둔 이 기차간에서 문득 당시의 기억이 또렷이 떠오르는 걸 보니 그때 맞은 얼얼함이 아직도 마음에 단단히 박혀있나 보다.

한여름 태풍같은 우리 엄마.
하긴 그런 힘으로 사남매를 키워내기도 하셨다.
하지만 그때문에 아직도 아버지는 많이 힘들어 하신다.
그래서 우린 아버지며 엄마며 더욱 보듬어드려야 한다.

오늘 마산역 찍으며 어릴적 '반표'의 기억이 지워지면 좋겠다.

지금도 반표가 있겠지?
참, 동반석이란 게 있구나.

이젠 인터넷 예매로 종이 티켓을 구경하기도 힘들어졌다.
기차 종류별로 파란색(새마을호), 살색(무궁화), 연두색(통일), 보라색(비둘기) 등으로 구분되던 껌 삼분의 이 크기의 도톰하고 질감 좋은 종이표가 가끔은 그립다.

엄마와의 여행도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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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hane k. :

덥지만, 시원한

2013. 8. 15. 14:13 from story of others

오늘은 성모승천 대축일 미사가 있는 날이다.
열한시 미사를 준비하기 위해 열시부터 시작되는 성가대 연습에 가던 나는 아이스커피를 한잔 사려고 성당앞 편의점에 들렀다.

성가대 연습 전에 목을 축이려고 또는 레슨받을때 선생님 드릴 음료수를 사기 위해 종종 들르는 이곳에는, 주인으로 보이는 아주머니 또는 뿔테안경을 끼고 키가 80 정도 되보이는 청년 한명이 카운터를 본다.
오늘 아침은 그 청년에게 커피를 샀다.

신부님의 긴 강론과 함께 진행된 미사를 마치고 집에 오는 길엔 여름의 막바지를 외쳐대는 매미들의 합주가 무성한 나무들을 흔들어대고 있었다.

집에 와 점심을 간단히 먹고 지갑을 뒤적이는데, 신용카드와 편의점 적립카드가 보이질 않았다.

어디서 빠뜨렸지? 하는 생각과 동시에 연습에 늦지 않으려고 얼음컵에 부산하게 커피를 따르며 편의점 테이블 위에 카드를 둔 거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경우 밟아야 할 수순은 물론 간단하다.
카드사에 전화를 하기에 앞서 편의점에 들러보는 것.

문제는 편의점 가기까지 오만가지 생각들이 든다는 것이다.
누가 카드를 들고가 긁어버리는 장면 등.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편의점 문을 열고 '저 혹시 아침에 카드 두장..' 했더니, 카운터옆 진열대에서 뭔가를 정리하던 이 친구 나를 돌아보더니 마치 당근다발을 발견한 토끼처럼 얼굴이 환해지면서 '카드사에 전화해봤는데 본인 아니면 연락처를 안 알려준다 하고, 또 편의점 본사도.. ' 하면서 보관했던 카드 두장을 내민다.
휴우.. 상황 해제.

안도의 한숨을 쉬고 고맙다는 말을 하는데, 이친구 무슨 장물 맡고 있다 해방된 듯한 표정이다. ㅋ
그리고 내가 그래야 하는데 도리어 본인이 연신 미안해하는 기색을 보인다.

순간 '이사람, 편의점에서 일하지만 나보다 낫네'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니,
양쪽에 전화해 내 연락처를 알려고 진땀을 뺀 모양.

나는 문을 나서면서까지 고맙다는 말을 수차례 반복하며 편의점에서 나왔다.

워낙 안좋은 경험들을 하는 요즘사람들, 아니 나는, 이런 반대의 상황을 겪고나니 '아, 고맙고 진정성있는 사람들이 많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나도 좀 더 성실하게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다져본다.

땡볕이 내려쬐는 광복절이었지만,
갈증을 씻어주는 시원함을 맛본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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