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구

2013. 11. 20. 13:42 from story of my life


미니가 죽었다.

갓난애로 수원 살던 우리집에 들어온 게 2002년 여름이니, 11년반을 살고 죽은 것이다.
처음에 대소변도 못가리는 신생아를 두아들 녀석은 마냥 신기해했고 저희 엄마아빠와보다도 더 친밀한 교감을 나누며 당연스레 식구로 받아들여 키워왔다.

일주일 전부터 숨소리와 거동이 심하게 안좋아져 난 걱정을 하는 정도였고 민성이는 시간 날때마다 미음을 먹이고 쓰다듬어 주며 눈물을 보이곤 했다.

우리가족, 특히 아이들과 평생을 같이해온 미니의 죽음.

소식을 듣고 집에 전화를 하니 집사람은 소리내 울고 있었다.
미니를 들여올 때 반대했던 집사람.
먹이고 키우고 뒷치닥거리를 하며 남다른 정이 들었고, 두번째 망치는 본인이 자청해 들여와 두마리 개를 한꺼번에 키워 왔으니 그 정이 오죽할까 싶다.

아이들은 어떨까?
맏이 특유의 조용함과 차분함을 소유한 민규도, 두 강아지에겐 남다른 애착과 활발함을 보였다. 밥주고 똥오줌 치우고 품에 안고 자고, 집에 오면 이름을 부르고 대화를 나누고.
두 강아지에 대한 사랑은 두아이 모두 같았다. 아이들은 어릴적부터 동생같은 두마리를 통해 사랑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을 것이다.

아이들은 슬퍼하며 많이 힘들어하겠지.

근데 소식을 들은 나도 아이들이 받을 충격을 걱정하기에 앞서 미니가 죽었다는 사실자체에 눈물이 자꾸만 난다.

처음 만나 손등의 우유를 핥던 촉감부터 연수원 푸른 잔디밭을 바람처럼 누비고 뛰어다니던 모습이 선하다.

6년전 열린 현관문틈으로 밖으로 나가 집안을 한번 뒤집어놓았는데, 다섯시간만에 분당에 가서 찾아온 기억도 있다.

미니가 좋은 곳으로 가면 좋겠다.
가족들도 덜 슬퍼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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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hane 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