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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2012.10.17 거짓말 1
  10. 2012.09.10 구겨신은 신발

재수

2015. 2. 13. 10:54 from story of others

 

난 재수를 했다.

 

고등학교 시절 과목중 수학은 젬병이었던 반면, 영어는 참 잘했다.

3학년 1년간 월례고사 영어 평균 점수 100점. ^^

같은 반에 전교일등 하는 녀석이 있었는데, 모의고사 보면 영어는 내 자리로 정답을 맞추러 옴. ㅋ 이놈의 자랑질.

내겐 목표가 있었다.

다름아닌 우리나라 문학작품을 영어로 번역해서 한국에도 노벨 문학상을 받게 하는 것.

30년이 지난 지금도 그 당시의 내 각오가 허황된 거란 생각은 안 든다.

내가 그런 목표를 세운 계기는 황순원의 '학'이란 작품을 읽고 나서다. 분단 조국의 현실.

여하튼 나름 우리도 좋은 문학작품이 있음을 전세계에 알리고 싶어했던 원대했던 나의 꿈은, 첫해 지원했던 영문과를 떨어지고, 재수 이후 학력고사 점수가 더 나빠져 불어를 전공하게 되면서 사그라들게 된다.

 

근데 아이들 둘 다 재수를 하게 되었다. 이런 건 지 아빠 안 따라해도 되는데.

큰아이는 재수 후 대학에 진학해 잘 다니고 있고,

작은애는 지난 화요일부터 강남역 대성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두녀석 중,고등학교에 이어 재수학원까지 선후배 관계가 형성되었다.

 

큰애와 작은애는 얼굴은 서로 닮았어도 성격은 참 다르다.

 

몇 주 전 일이다.

동생들과 부모님 일 때문에 상의차 집 부근에 모여 맥주 한잔 하고 있었는데, 작은애로부터 전화가 왔다.

평소에 먹을 거 사오라는 문자는 가끔 해도 전화는 통 안 하는 녀석이라 뭔일인가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아빠.. 보고싶어!"

"엥? 너 어디냐?"

"어딘지 모르겠어. 아빠, 나 너무 힘들어"

"술 마셨냐? 친구들 같이 있어?"

"응, 물이라고 하며 줘서 막 먹었는데 술이었나 봐, 모르겠네.. 친구랑 같이 있어"

 

친구 바꾸라 해서 통화 해 위치를 알아낸 후, 나도 술한잔 한 터라 택시 후딱 주워타고 아이가 있는 곳으로 갔다.

애는 인사불성이 되서 190 가까이 되는 키를 주체하지 못하고 휘청휘청 하고 있었다.

 

택시. 도중하차. 또 택시. 이렇게 집에 겨우 데리고 들어와 앉혔는데, 이 친구 완전 풀어진, 하지만 목청에 힘을 주고는 왈.

집에 집사람, 큰애 모두 있었다.

 

"아빠, 너무너무 미안해"

"응? 뭐가.."

"내가 안 그래야 되는 줄 알면서도, 아빠한테 말을 자꾸 버릇없이 해. 아빠 미안해"

"하하 알았어"

"그리고 엄마, 형아! 아빠한테 잘 좀 해. 아빠가 우리집에서 제일 불쌍한 사람이야. 아빠는 학대받고 있다구!"

 

아고고. 이건 또 뭔 소리.

 

"알았다 민성아. 어서 자라"

 

이불 깔고 덮어주고 온찜질팩 배에 해줬는데도 계속 춥다해서, 녀석 등을 문질러주기 20분 정도 후에 잠이 들었다.

사다준 여명 808도 먹지 못하고.

애는 잠들기 전까지 아빠 내 옆에 계속 있어 하는 말을 수차례 했다.

등을 문질러 주며 황당하기도 하고, 팔이 무지 아프기도 했지만, 수액 주사 맞을 때처럼 내 마음에 따스한 기운이 스며올랐다.

글을 쓰는 지금도 아이의 마음을 생각하니 기특하고 눈물이 난다.

 

둘째는 이런 아이다.

정이 많고 또 그러다 보니 눈물을 자주 보이는 아이.

친구들이 꽤 따르는데, 엄마아빠 생각에 함께 하지 않았으면 하는 친구 또한 떨쳐내지 못한다.

중학교 때는 해마다 큰 거 한 건씩 어김없이 터뜨리면서 가족들 모두를 놀라게 만들곤 했다.

 

그렇다 보니 큰애 재수할 때보다 둘째가 재수를 하는 건 걱정이 앞선다.

물론 더 잘 될 수도 있겠고. ㅎ

 

재수는 '다시 닦는다'는 의미다.

 

제 아빠는 제대로 다시 닦지를 못했지만, 둘째아이는 잘, 제 형보다도 더 슬기롭게 몸과 마음을 잘 닦아서,

일년 뒤에 활짝 웃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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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봉투

2014. 6. 21. 15:26 from story of others


중국인들은 성공을 불러오고 태양을 상징한다 하여 유난히 붉은색을 좋아한다.
자금성, 국기, 의상, 지갑 등 중국과 관련된 붉은색들의 예는 수도없이 많지만, 나에게 가장 강렬하게 남아있는 중국의 붉은색은 장이모우 감독, 공리 주연의 '붉은 수수밭'을 단연 꼽을 수 있다.

엄마가 입원해 있다보니 가까운 친척들이 병문안을 가끔 오는데, 지난 주말에는 충주 사는 막내삼촌-결혼은 했지만 그는 우리에게 영원한 삼촌이다-이 찾아왔다.
나랑 나이가 여덟살밖에 차이 안나는 꼬마삼촌.
엄마는 삼촌 얘기를 할 때면 빼놓지 않는 레퍼터리가 있고 그날도 삼촌이 가고 나자 병원침대에 누워 기어이 오십년 전의 이야기를 읊어주었다.
엄마가 시집왔을때 7형제중 막내인 삼촌은 초등 1학년 여덟살. 까까머리에 키는 조그만해가지고 보였나 하면 없어지고 또 언제 나타났는지 장난을 쳐대기 일쑤였으며, 잔치집, 초상집이 있는 날이면 귀신같이 주워듣고 방문, 식사를 해결하곤 했다 한다. 할아버지에겐 막내아들이란 귀염덩어리였던 이 개구장이에게 갓시집온 둘째형수는 전혀 어려운 존재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
엄마 얘기로는 시댁인 금산에 가면 일은 정말 많이 했는데, 배가 고파도 할머니가 밥을 챙겨주지도 않았음은 물론 밥을 먹을 시간도 주지 않았다 한다.
하지만 그러던 할머니가 며느리가 첫애를 임신하고 -그 첫애는 바로 길신현이다- 가자 닭을 한마리 잡아 삶아 부엌 한켠에 상위에 밥과 함께 차려주시더란다.
그런데 할머니가 나간 사이를 틈타 언제 나타났는지 문제의 막내도련님이 쪼르륵 들어와 닭을 얌냠 후루룩 해치우고 포르륵 사라져버렸다 한다. 허허.
고기 익는 냄새를 맡으며 기다리던 이 악동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간만에 시어머니에게 받은 엄마가 먹을 백숙을, 아니 그녀의 뱃속에서 이제 막 태동을 시작한 귀한 아기의 피와 살이 될 보양식을 홀라당 도둑질해 간 것이다.
어찌 생각하면 재밌고 우스울 수 있겠지만, 당시 엄마로선 삼촌이 얼마나 얄미웠을까.
그러니 그 일을 평생 못잊을 수밖에.

축구. 테니스. 씨름. 명절 고스톱에 이르기까지 삼촌은 잘하는 게 많았다. 딱한가지 못했던 건 공부. 아니 안 한 게 맞을 것이다.
성적상 고등학교 진학이 힘들자 우리 아버지는 당신이 재직하던 고등학교에 스무살 어린 막내동생을 편법으로 입학시키셨다. 3년간 나름 노력해 충남대학교를 졸업한 삼촌은 제대후 자리잡은 수자원공사를 지금까지 착실히 다니고 있다.
얼굴도 마음씨도 참한 -그래서 난 이 숙모가 젤로 맘에 든다 -아가씨를 만나서인지, 결혼 이후 삼촌은 몰라보게 성격이 달라진다. 말도 움직임도 차분해지고 또 칠형제 중에서 홀로된 노모를 제일 살뜰하게 챙기는 아들이 되었다. 어쩌면 숨어있던 본성이었을수도.

지금이야 덜해졌지만 십여년 전만 해도 다섯명의 작은 아버지들은 죄다 엄마를 못마땅해 했다.
특유의 성깔로 할머니를 막 대하고 자식들은 끔찍하게 생각하면서 남편에게는 그 십분의 일도 신경을 쓰지 않는 형수다보니 내가 생각해도 정이 갈 리 없다. 막내삼촌도 예외는 아니었다.

여하간 지난 토요일 엄마에게 와보니 막내삼촌이 문안을 와 있었고 '형수님 빨리 나으시라'고 몇번을 얘기한 뒤, '신현이 너 봤으니 이제 나는 가야겠다'며 병원을 나섰다.
서울에 일이 있어 올라온 거냐 물어보니 아침에 충주에서 출발해 왔고 이제 터미널 가서 충주로 갈 거라 했다. 오롯이 엄마 문안차 서울에 온 삼촌이 너무 고마웠다. 담배도 한대 필 겸 1층까지 배웅을 나갔더니, 할아버지도 폐암으로 일찍 돌아가셨고 아버지 형제들도 대부분 폐상태가 안좋으니 너도 담배는 절대 피지 마라 한다. 본인도 작년에사 끊어놓구서는..

다시 병실로 올라왔는데 엄마가 환자복 주머니에서 삼촌이 줬다면서 봉투를 꺼내주길래 보니, 오만원짜리 네장이 들어있는 연한 붉은색 봉투였다.
우연일 수도 있겠지만 봉투를 붉은색으로 고른 이유는 엄마까 빨리 낫기를 바라는 삼촌의 세심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에서 단체로 산행을 갔던 작년 10월 21일 경기도 어느 병원에 아들들의 강제로 입원해 지금까지 침상 생활을 이어왔으니 엄마도 얼마나 힘들까.
이제 다음주 퇴원을 앞두고 있으니,
삼촌의 바램처럼, 또 웃통을 벗고 우뚝서 붉은 고량주에 대차게 소변을 갈겨내리던 붉은수수밭의 남자주인공처럼, 엄마도 하루빨리 일어나 훌훌 털고 가족들과 함께 성큼성큼 걸어다니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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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2014. 5. 15. 12:43 from story of others


한시간 뒤에 무슨 상황이 올지도 모르고
기울어진 공간에 재밌어 하며 친구들과 장난을 치던 아이들.
정말 순진함 자체인 그 아이들.
물이 밀려들어 올때 얼마나 무서웠을까.
자꾸 자꾸 가슴에서 눈물이 난다.

시간을 거꾸로 돌릴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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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지만, 시원한

2013. 8. 15. 14:13 from story of others

오늘은 성모승천 대축일 미사가 있는 날이다.
열한시 미사를 준비하기 위해 열시부터 시작되는 성가대 연습에 가던 나는 아이스커피를 한잔 사려고 성당앞 편의점에 들렀다.

성가대 연습 전에 목을 축이려고 또는 레슨받을때 선생님 드릴 음료수를 사기 위해 종종 들르는 이곳에는, 주인으로 보이는 아주머니 또는 뿔테안경을 끼고 키가 80 정도 되보이는 청년 한명이 카운터를 본다.
오늘 아침은 그 청년에게 커피를 샀다.

신부님의 긴 강론과 함께 진행된 미사를 마치고 집에 오는 길엔 여름의 막바지를 외쳐대는 매미들의 합주가 무성한 나무들을 흔들어대고 있었다.

집에 와 점심을 간단히 먹고 지갑을 뒤적이는데, 신용카드와 편의점 적립카드가 보이질 않았다.

어디서 빠뜨렸지? 하는 생각과 동시에 연습에 늦지 않으려고 얼음컵에 부산하게 커피를 따르며 편의점 테이블 위에 카드를 둔 거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경우 밟아야 할 수순은 물론 간단하다.
카드사에 전화를 하기에 앞서 편의점에 들러보는 것.

문제는 편의점 가기까지 오만가지 생각들이 든다는 것이다.
누가 카드를 들고가 긁어버리는 장면 등.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편의점 문을 열고 '저 혹시 아침에 카드 두장..' 했더니, 카운터옆 진열대에서 뭔가를 정리하던 이 친구 나를 돌아보더니 마치 당근다발을 발견한 토끼처럼 얼굴이 환해지면서 '카드사에 전화해봤는데 본인 아니면 연락처를 안 알려준다 하고, 또 편의점 본사도.. ' 하면서 보관했던 카드 두장을 내민다.
휴우.. 상황 해제.

안도의 한숨을 쉬고 고맙다는 말을 하는데, 이친구 무슨 장물 맡고 있다 해방된 듯한 표정이다. ㅋ
그리고 내가 그래야 하는데 도리어 본인이 연신 미안해하는 기색을 보인다.

순간 '이사람, 편의점에서 일하지만 나보다 낫네'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니,
양쪽에 전화해 내 연락처를 알려고 진땀을 뺀 모양.

나는 문을 나서면서까지 고맙다는 말을 수차례 반복하며 편의점에서 나왔다.

워낙 안좋은 경험들을 하는 요즘사람들, 아니 나는, 이런 반대의 상황을 겪고나니 '아, 고맙고 진정성있는 사람들이 많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나도 좀 더 성실하게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다져본다.

땡볕이 내려쬐는 광복절이었지만,
갈증을 씻어주는 시원함을 맛본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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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답

2013. 4. 27. 08:08 from story of others

토욜일.
잠이 아직 몸 여기저기 묻어있는 이른 시각인데 작은애 방에서 꺼이꺼이 울음소리가 새어나온다.

이친구 오늘 생일인데, 부산서 대학생활중인 제 형의 장문의 페북 축하메시지를 보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것.

워낙 서로 살갑지 않은 사이인데다, 지난 설 두녀석이 크게 싸운 이후로 서로 말도 안하고 있던 차였는데, 제 형의 '하나밖에 없는 동생, 미안하다, 무뚝뚝한 형, 멀리서 응원한다, 사랑해' 등의 내용에 감수성 풍부한 동생의 감정이 복받친 것.

방금 확인하니 형에게 '존경, 개겨서 미안, 사랑' 등의 표현으로 답문을 보내셨네.

난 두녀석의 화답에 '좋아요'만 눌렀다.

오늘은 민성이에게 평생 잊지 못할 특별한 생일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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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의 귀천

2013. 1. 25. 14:52 from story of others

 

직업에는 정말 귀천이 없을까?

 

점심때 회사 임원 운전기사 한분과 밥 먹고 차한잔 했다.

 

나보다 세 살 아래인데 내가 연수원에서 일하던 시절부터 서로 말 편하게 하며 가끔은 식사 또 산행을 같이 다니기도 한 사람으로,

의협심 강하고 직설적으로 언어를 구사하는 스타일이다.

물론 구사하는 언어의 양이 무지 많기도 하다. 봇물 수준.

 

사실 그간 여러 얘기를 나눴지만, 오늘은 어떻게 기사생활을 하게 되었는가가 궁금해 넌지시 물어보았다.

 

대학 갈 머리가 안 되(본인 표현), 고등 졸업 후 바로 간 군대에서 운전 조교를 생활을 했는데,

제대 후 뭘 할까 하다가 운전학원에 경력을 들이밀어 보니 바로 와도 좋다고 하길래 득달같이 아버지께 달려가 자랑했다가 불같이 혼이 났다 한다. 안정성이 없다는 아버지 판단이셨다.

당신 큰아들이 달리 아무런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신 아버지는, 며칠 뒤 공무원 성격이라는 이유로 분뇨차나 쓰레기차 운전을 소개하셨다 한다. 23살 이 청년이 손사레를 치며 마다한 건 두말하면 잔소리다.

얼마 후 신문 공고를 보고 제일모직에 영업이사 기사 자리를 알아보러 갔고,

차량반장과의 몇마디 구두면접 끝에 핸들을 잡게 되었다.

90년부터 시작했으니 이제 23년째 기사라는 직업을 달고 사는 양반이다.

현재는 우리 회사의 꽤 높은 임원 한사람을 13년째 무탈하게 모시고 있다.

 

만날 때마다 느끼는 바는 이친구 어딘지 모를 뚝심과 자신감 같은 게 있다는 것이다.

이는 내가 약한 구석이어서, 이야기를 들을 때 마다 참 똑부러지네 하는 감탄을 하곤 했고 형 같다는 느낌마저 들기도 했다.

 

근데 오늘 이야기 도중 자기 자식이 친구들에게 아빠 직업을 자신있게 얘기하지 못 할 거라는 이야기를 했다.

또 자기가 못 배운 탓에 말하는 게 촌스러워서 애들 친구 부모들이랑 얘기하고 그러는 자리가 너무 부담스럽다는 말도 했다.

그런 사람들은 이야기 하는 격이 높아 자기가 맞출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나는 이 사람이 갑자기 더 좋아지게 되는 걸 느꼈다.

아마 자신의 약점인데도 나에게 스스럼 없이 얘기해 준 까닭일 거다.

내가 그런 처지였더라면 나는 누군가에게 그렇게 내 얘기를 할 수 있었을까?

좋은건 좋다 싫은건 싫다 그자리에서 탁탁 이야기하고 행동할 줄 아는 이 친구는 모르긴 해도 나이 많이 들어서도 당당하게, 나보다도 더 잘 자신의 삶을 꾸려갈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빠 성격이 열려있고 솔직한 사람이라서, 아이들도 분명히 잘 클 거라'고 말 해 주었다. 실제로도 그리 생각한다.

 

나이가 어리고 배움도 적지만, 만날 때마다 내게 많은 걸 가르쳐 주고 느끼게 만드는, 그런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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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원

2013. 1. 7. 11:21 from story of others

 

성가대 지휘자 선생님이 해주신 이야기다.

 

신정 연휴에 부모님 뵈러 가족들 데리고 내려가는데,

버스를 이용하려 고속터미널에 가서 출발하기 전 어느 식당에서 밥을 먹고 계셨다.

지휘자님은 아이가 둘 있다.

 

한데 식사가 끝날 즈음 저편 자리에서 혼자 밥을 드시던 한 할머니가 이쪽 테이블로 오더니,

테이블 위에 오만원짜리 한장을 놓으시더란다.

 

당연히 무슨 일이냐고 물은 즉,

'그냥 보기가 좋아서 그러는 거니 받아주면 좋겠다'하고 가셨다 한다.

 

이 이야기에, 성가대원 중 많은 분들이 즐거운 감탄사를 터뜨렸다.

 

손자들을 생각하셨을까?

아니면 2,30년전 자신의 모습?

 

아마도 그 할머니는 지금은 그런 행복을 누리지 못하는 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난 지휘자 선생님 이야기를 다 듣고,

'선생님 그 식당이 어디예요?' 했다가 많은 분들의 박장대소를 얻어냈다.

 

자식이란 게 참 설명하기 힘든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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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rms of the rich

2012. 12. 18. 08:32 from story of others

 

내가 다니는 청담동 성당 성가대는 단원이 약 50명인데,

대부분 나이가 많으셔서 내가 거의 막내 노릇을 하고 있다.

 

지긋한 분들이 많은데, 이들 대부분이 '부자'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졸부가 아닌 오랜기간 노력의 결과로 성과를 얻은 분들이다.

 

한데 7년간 성가대 생활을 해보니 이분들의 공통점이 발견된다.

 

하나. 모이는 시간을 정확하게 지킨다.

 

둘.    밝은 인사를 먼저 건넨다.

 

셋.    유머 감각이 뛰어나다.

 

다시 말하면 '신뢰, 따뜻함, 여유'로 요약이 될 수 있겠다.

 

생각해 보면 쉬운 것 같으면서도 참으로 어려운 덕목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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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2012. 10. 17. 18:17 from story of others

 

나는 눈치가 없는 편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옆에 있는 사람이 거짓말을 하는 것은 금방 알아차리게 된다.

팀원들이 하는 말중에도 추측성 이야기를 하거나 본인이 유리하게 내용을 바꾸는 경우 단번에 눈치를 채곤 한다.

이경우 나도 예전에 상사에게 그런 적들이 있기에, 그가 그랬듯이 가벼이 또 귀엽게 여기고 넘어가곤 한다.

 

하지만 내가 가까이 하며 믿고 지내는 사람의 경우는 이야기가 다르다.

상대방의 거짓을 간파하게 되는 경우 마음이 많이 아프기 때문이다. 특이 내가 아끼고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의 경우.

그사람이 나의 마음을 편하게 만들기 위해 그리한다는 걸 알면서도, 아니 그래서 더욱 마음이 아프다.

 

이런 눈치가 나에게서 없어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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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겨신은 신발

2012. 9. 10. 10:29 from story of others

김기덕감독이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그는 오래전 '떴음'에도 불구하고 소박하면서 독특한 사람이다.
시상식장에 향할 때 허름한 신발을 구겨신고 레드카펫을 밟는 장면은 그의 그런 대목을 잘 드러내준다.

그의 작품들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이처럼 스무편 이상 일관되게 자신의 작품세계를 추구한 작가는 한국영화계는 물론 세계영화계에도 많지 않다.
나는 그가 한국사회에서의 주류됨을 받아들일 수 없었기때문에 왕따 당했으며, 그로 인해 방황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창의력과 상상력은 학벌과 지연, 그리고 학연에서 비롯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그런 외면적인 것들과 거리를 둘 때 비로소 풍부하게 발휘될 수 있을 것이다.

다시한번 그의 수상을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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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hane 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