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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ent & kid

2012. 7. 27. 06:09 from story of others

모처럼만에 연수원시절 멤버들을 만났다. 그당시 과장, 사원이 지금은 점장, 부장, 과장이니 세월의 속도를 새삼 느낀다. 아, 내 연수원 발령이 2002년이니 이도 벌써 10년이 되었네.
멤버들은 언제 만나도 서로 친구다. 창밖으로 눈만 돌리면 잘자란 나무들과 하늘을 볼 수 있는 곳에서 같이 일한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어제는 웃고 떠들며 즐거워 할 수 만은 없는 자리였다.
나이는 몇살 어리지만 입사 선배로 이마트점장을 하고있는 B의 이야기 때문이었다.

지금 열여섯 난 큰아들이 중2때인 작년에 학교를 그만두고 집에서 컴퓨터게임만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큰애가 몇몇 친구들에게 얻어맞은 게 학교를 그만두는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는데, B의 말로는 자기애에게 정신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 그리고 이는 외항선원이었던 아버지의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했던 B자신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란 얘기였다.

B는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한 자신의 어릴적 상황에 비추어 자기 큰아들에게 과도한 가르침과 통제를 가함으로서(자식에 대한 사랑과는 별개의 것이라 했다) 큰아이의 지금 상황을 자초했다는 해석이었다.


B의 판단이 옳은지 여부를 생각하기에 앞서, 고등시절 엄마의 신경정신과 입원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했던 나로서는 그의 이야기에 자동적으로 나를 대입시키게 되었다.

엄마의 정신병적 상황은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고3 때 겪은 일이다 보니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다주었을 법도 한데, 나와 나머지 세명의 동생들의 현재의 삶을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같다.

엄마는 나에게 정말 수많은 것들을 보여주고, 제안하고, 가르치고 하긴 했지만 일단 그것들이 시작된 연후엔 나의 판단과 행동에 오로지 맡겼던 것이, B와 우리 엄마의 차이점인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엄마는 당신의 자식들을 극진히 사랑했다. 뼈속까지 느낄만큼.

그래서 나와 내 동생들은, 지금도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엄마가, 가슴에 상당히 큰 존재로 남아있다. 아버지도 본인 고유의 방법으로 아이들을 사랑하셨지만, 엄마의 그것과는 사실 비교하기가 힘들다.

여튼 나와 내 동생들을 통해 얻을 결론은, 아무리 결격사유가 있거나 그 노릇을 못한다손 치더라도, 부모가 자식을 극진히 사랑한다면, 자식들은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B에게 다음과 같은 꽤 긴 문자를 보냈다.

'오늘 즐거웠어요. 근데 꼭 하고싶은 얘기가 있어요. 나 형제가 4남매인데, 울 엄마가 정신적으로 정상이 아닌 분예요. 지금도.

근데 우리 4남매의 공통된 생각(엄마를 통해서 경험한)이, "부모가 자식을 정말 극진히 사랑하면 자식이 삐뚜루 크지 않는다"는 거예요. B점장님 큰애(S)를 지극히 사랑하기 때문에, S 잘 클 거예요.

항상 S를 응원해 주세요.'

 

정말 B의 큰아이가 밝은 마음으로 잘 커주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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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hane 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