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라는 회사에 첫발을 디딘지 19년째 되는 날이다.
94년 7월4일.
미국 독립기념일이기도 한 이 날 회사에서 처음으로 신입사원으로 선발해 본 장교 출신 동료들 19명과 함께 대연각빌딩에 모여 버스를 타고 연수원으로 출발했다.
두주간의 짜임새 있게 구성된 입문교육 도중에 김일성 사망이라는 특보가 있었고
동료들 20명 모두는 무난히 신입사원 교육을 마친 후 입사 3주차 월요일부터 배치된 부서로 출근했다.
당시 상계동이 집이었던 나는 이에 대한 배려로 지금은 이마트로 바뀐 신세계 미아점이 첫 발령지로 정해졌다.
미아점 주방용품 매장 SM(Sales Manager)의 경험은 그 이후 내 회사생활에 아주 강한 백신과 같은 역할을 해준다.
이 회사가 이런 곳이었나, 그만두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하루에 몇번씩 들었다.
여름휴가가 있긴 했는데, 내내 회사일 걱정으로 차라리 출근하는게 맘편하겠다 하는 생각까지 들었으니.
SM 경험 일년반 뒤 대연각빌딩 18층 기획팀으로 발령이 났다.
매장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기쁜 일이었지만,
남아 있을 ASM과 코너장 및 동생들이 계속 힘들게 일할 거라는 생각은 나를 괴롭게 만들었다.
기획팀에 3년간 있으면서 기억나는 일들은,
중국 출점 관련 대표 연설문을 작성하며 며칠밤을 샌 것, 스포츠단 창단 기획안, 음악잡지 창간 기획안 등이다.
그뒤 다시 3년간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상품권팀에 몸담으면서
상품권 마케팅 업무를 배우게 되었다.
3만원권 500장이 사라져 남대문경찰서에 호출 당해보기도 했다.
2002년 3월 내가 일하고 싶었던 연수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창밖의 나무와 하늘을 풍경 삼아 강의장과 사무실을 오가며 아마도 가장 열심히 실무에 임했던 7년이었다.
탁구, 테니스, 축구, 산보 등을 할 수 있는 기쁨이 있었던 반면,
불면증으로 9개월간 정신이 온전하지 못하기도 했던 희비의 교차시기.
부장으로 승진하면서 2009년 3월 인천점 생활팀장으로 가게 되었다.
또다시 집에서 60킬로미터 거리를 왕복해야 해서 처음에 불만이 많았지만
팀원들과의 잘맞는 호흡과 가족같은 분위기로 직장생활 19년중 가장 활기차고 행복한 시기였던 것같다.
지하철로 왕복 세시간 20분 걸리는 먼 거리였지만 한번도 출근하기 싫다는 생각이 든 적이 없었다.
특히 리뉴얼을 마치고 브랜드협력사원들 아침조회 자리에서 한 직영사원들(나 포함)의 공연은 영원히 잊지 못할 기억이다.
공연 당일 오후 본사 고객서비스팀으로 발령날 거라는 소식을 접한다.
9년만에 본사로 들어와 2년2개월간 지낸 고객서비스팀은 한마디로 말하면 '활력 itself!'
지난 3월 문화팀으로 와 이제 일을 마구 배우고 있는 중이다.
아카데미(문화센터)와 문화홀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일이다보니
나로서는 정말 만족할만 한 보직을 회사에서 준 거다.
내가 이 회사에 들어오면서 문화팀장을 하게될 줄이야 !
잘 해야 할텐데..
팀장으로 와 일을 하다보니 세부적인 것들의 체험이 부재한 상태에서 의사결정하고 기획을 해야한다는 부분이 가장 아쉽고 마음에 걸린다.
현장에서 힘에 겨워하는 매니저들의 모습이 안스럽기만 하고, 하루빨리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팀원들이 팀장 기념일이라고 점심을 밖으로 가자해 맛있는 중국집에 다녀왔다.
가을학기 강좌 초빙을 위해 유홍준교수님도 만나고.. 글과 생활이 일치하는 분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1년 뒤면 입사 20주년.
그때 나는 어떤 생각과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즐겁게 일하자!
'story of my 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no more (0) | 2013.10.20 |
---|---|
반표 (4) | 2013.10.09 |
불면 (0) | 2013.05.13 |
설레임 (0) | 2013.05.05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0) | 2013.04.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