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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2.09.10 구겨신은 신발
  3. 2012.09.03 결국은 덧셈
  4. 2012.08.31 구름
  5. 2012.08.21 토요콘서트-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6. 2012.08.14 상처
  7. 2012.08.08 할머니를 보내며
  8. 2012.07.27 parent & kid
  9. 2012.07.24 애물단지
  10. 2012.07.21 글쓰기

루바토

2012. 9. 17. 13:18 from music, film & literature


늦은밤 전화벨이 울린다.

11시 넘어서 오는 건 십중팔구 엄마의 전화. 아니나 다를까 수화기 너머로 엄마의 약간 격앙된 목소리가 들려온다.
엄마의 경우 어떤 생각이 떠올라 알려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 바로 다이얼을 누르는 분.

타인에 대한 배려를 기대하기 힘든 엄마, 당신 큰아들이 잠에 민감한 사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통화 내내 신경질이 물밀듯 밀려온다.

전언은 두가지.
하나, '막내네 식구들이 방금 도착했어.'
둘, '루바토 라는 개념을 알고 쇼팽을 들어봐, 곡이 새로이 들려'

근데 그걸 하필 이시간에 알려줘야 하나?
'응 민우네 갔구나, 좋겠네. 알았어, 쇼팽 다시 들어볼게. 얼른 주무셔'하고 통화가 마무리되었는데, 끊고나니 엄마한테 미안한 맘이 들었다.

나 어릴적부터 당신이 받은 감동은 맏아들에게 기어이 그대로 전하려고 했던 엄마.
좋은 거라 생각하면 어떻게 해서라도 안겨주려 했던 사람.
음악회, 영화, 연극, 첼로, 테니스, 수영 스케이트 등 그 수를 헤아릴 수도 없다.

엄마는 내게 어떤 존재일까?
나는 엄마에게 어떤 존재이고 또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엄마 생각을 하면 늘 눈언저리가 뜨거워온다.

rubato(tempo rubato)는 '박자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하는 연주법이나 창법'을 일컫는 음악용어로, 쇼팽의 경우 마주르카 1번에서 처음 사용하였다.

루바토는 이태리어로 '뺏거나 훔친다'는 뜻이 있어서 지정된 템포에서 박자를 훔쳐낸다는 의미로 해석하면 훨씬 이해가 빠르다. 중요한 것은 루바토를 사용해 훔쳐낸 박자를 어디에선가는 되돌려줘야 하는데 바로 그 마디나 프레이즈 안에서 모두 해결을 봐야한다는 것이다.

쇼팽이 말하기를
“ 선율이 루바토로 연주될 때 반주는 엄격한 리듬과 박자를 지켜야 된다.”
한 마디나 한프레이즈 안에서 훔쳤으면 돌려주라는 얘기다. 선율을 멋있게 늘렸으면 당겨주고, 당겼으면 풀어주라는.

이렇듯 쇼팽은 루바토 를 사용해 음악적인 언어를 구사, '피아노의 시인'이라는 호칭을 얻는다.

엄마는 전화통화에서 쇼팽의 곡은 '소나무 가지에서 잔설이 흩어지는' 것이 연상된다고 했다.

이렇게 나는 아직도 엄마에게 배움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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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겨신은 신발

2012. 9. 10. 10:29 from story of others

김기덕감독이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그는 오래전 '떴음'에도 불구하고 소박하면서 독특한 사람이다.
시상식장에 향할 때 허름한 신발을 구겨신고 레드카펫을 밟는 장면은 그의 그런 대목을 잘 드러내준다.

그의 작품들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이처럼 스무편 이상 일관되게 자신의 작품세계를 추구한 작가는 한국영화계는 물론 세계영화계에도 많지 않다.
나는 그가 한국사회에서의 주류됨을 받아들일 수 없었기때문에 왕따 당했으며, 그로 인해 방황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창의력과 상상력은 학벌과 지연, 그리고 학연에서 비롯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그런 외면적인 것들과 거리를 둘 때 비로소 풍부하게 발휘될 수 있을 것이다.

다시한번 그의 수상을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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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덧셈

2012. 9. 3. 13:26 from story of my life

 

지울 수 있는 것이 있을까,,

하지만 지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지우는 것 역시 또하나의 덧붙이기.

 

시간에 뺄셈이란 없다. 쉼표도 마침표도 모른다.

그래서 시간은 무생물이지만 생물과도 같은 존재다.

그것도 아주 잔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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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2012. 8. 31. 06:43 from story of my life

요즘 구름에 빠졌다.

밤하늘도 아름답지만,
이렇게 다양하고 아름다운 구름의 향연,,
아주 어릴적 이후로 처음 보는 것같다.

동트는 새벽하늘.
내 마음까지 맑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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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째주 토요일마다 열리는 신세계 토요콘서트를 이번에도 다녀왔다.

 

지난해부터 베토벤의 교향곡과 협주곡을 레퍼터리로 1년여간 진행됬던 대단원의 막을 9번교향곡으로 내리는 자리였다.

1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베토벤을 알 수는 없지만, 공연 시작에 앞서 곁들여지는 김대진의 해설은 작곡가의 삶과 곡의 연관관계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김대진의 해설은 튀거나 흥분하지 않는데 그 묘미가 있다. 지휘자로서 곡에서 느끼는 감정을 잔잔한 파도처럼 청중들에게 전달해주기에, 오히려 마음속에 잘 각인된다. 원래 피아노를 전공한 음악가이기 때문에 이름있는 지휘자들과는 비교될 수 없긴 하지만, 주자들과 하나 되어 호흡하는 모습에서 그는 청중들에게 많은 점수를 얻는다. 다만 지휘할 때 악기주자를 가리키며 재촉하는 듯한 손짓을 하는 것만 좀 참아주면 좋으련만. ^^

 

9번 교향곡, 특히 4악장의 멜로디는 교과서에 나올 정도로 유명하다. 더군다나 베토벤이 마지막 교향곡을 자신에게 음악적 천재성을 부여해 준 신을 찬양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데서 모든이들은 이곡에 더 큰 매력을 느끼는 것같다.

청력을 상실했기에 신을 원망할 수도 있었을텐데, 악기의 소리만으로는 모자라 코러스를 더하기로 결정했다는 대목에서, 이 불멸의 작곡가의 신에 대한 강한 갈구를 엿볼 수 있었다.

 

3악장이 가장 인상 깊었다.

특히 메인 멜로디를 제1바이얼린부터 시작해 여타 현악기, 그리고 관악기들까지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주고받고 이어받고, 또 이 와중에 다른 악기들이 그 배음을 완벽하게 소화해주는 것을 듣고 경이로움을 느꼈다. ㅎ 나는 특히 첼로가 멜로디를 연주해나갈 때 전투력이 불탄다.

 

또하나 주목할 만한 것은 피콜로의 역할.

관악기 앞줄 맨 왼쪽에 자리잡은 창백한 얼굴의 피콜로 여자 주자는 3악장이 끝날때까지 한번도 리드를 입에 가져갈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베토벤 참 고약한 사람이네,, 40여분을 한자리에 일없이 앉아있게 만들다니.

한데 다음 악장에선 얘기가 달라진다. 4악장의 본격적인 테마가 시작되기 전 전초병 역할을 하는가 싶더니, 감칠맛 나는 '퓻퓻' 소리를 내며 메인 멜로디를 리드해나가기도 하는 등 그야말로 임무를 톡톡히 수행해낸다. 피콜로가 빠진다면 4악장은 지푸라기로 지은 집같은 구조적인 허약함이 느껴질 수밖에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연주가 끝난 후 수차례 커튼콜에도 앵콜곡이 연주되지 않았지만, 애석함은 남지 않았다.

다음 공연이 기대된다.

 

음악을 알고 함께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과 함께 한다는 건,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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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2012. 8. 14. 21:45 from reviews

상처가 나면 딱지가 앉고 그 안에서 새살이 돋는다. 사람의 몸과 마음은 그렇게 되어있다(물론 안 그런 사람도 있는것 같다).


근데 그 치유과정에 함정이 있다.

알다시피, 새살이 돋을 때는 통증대신 간지러움이 찾아온다.
그 간지러움을 못견디고 긁거나 딱지를 떼어내면,,,

다시 피가 흐르고 흉터가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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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를 보내며

2012. 8. 8. 05:22 from story of my life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할아버지가 나 열세살에 돌아가셨으니, 남편없이 삼십몇년을 혼자 지내신 거다.
96세이시니 호상이고, 금산이란 시골에서 사랑으로 뒷바라지하며 키운 7남1녀 형제들이 모두 끔찍히 당신을 위하셨으니, 행복한 삶을 사신 분이다.

어릴적 할머니에 대한 기억은, 이마에 땀을 흘리며 무쇠솥 아궁이에 불을 지피거시나 여름방학때 시골에 가면 시원한 동치미와 쌉쌀한 깻잎에 상을 내주시던 것 등이다. 할머니표 깻잎은 지금 생각해도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 바느질을 하시면 옆에 있던 손자에게 실을 꿰어달라고 하시기도. 아, 우물 들여다보기를 좋아하는 나를 매번 손붙잡고 마당으로 다시 데리고 나오기도 하셨지.

염에 참가해 뵌 할머니 얼굴은, 살아계신 분이란 생각이 들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돌아가신 분이란 생각도 들지 않았다.
한데 버선 신은 발을 만져보니 싸늘했다.
당신이 보관해오던 이십팔년 된 삼베천으로 몸을 싸기 위해 할머니 몸을 반듯이 눕혔는데, '할머니 키가 상당히 크구나'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동안 세월의 무게로 굽은 등 때문에 작아보이셨구나.

슬픔은 힘들어하시는 아버지나 '엄마'를 불러대며 목놓아 우는 고모를 볼때 더 커지는 것 같다. 아버지도 몸이 약하셔서 걱정이 앞선다. 나도 나이들면 아버지처럼 온유한 모습을 지닐수 있을까?

제일 더운날 가셨으니, 하늘의 문들을 활짝 열어놓았을 거란다.

할머니, 이제 할아버지 옆으로 가시네요.
좋은 곳으로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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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ent & kid

2012. 7. 27. 06:09 from story of others

모처럼만에 연수원시절 멤버들을 만났다. 그당시 과장, 사원이 지금은 점장, 부장, 과장이니 세월의 속도를 새삼 느낀다. 아, 내 연수원 발령이 2002년이니 이도 벌써 10년이 되었네.
멤버들은 언제 만나도 서로 친구다. 창밖으로 눈만 돌리면 잘자란 나무들과 하늘을 볼 수 있는 곳에서 같이 일한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어제는 웃고 떠들며 즐거워 할 수 만은 없는 자리였다.
나이는 몇살 어리지만 입사 선배로 이마트점장을 하고있는 B의 이야기 때문이었다.

지금 열여섯 난 큰아들이 중2때인 작년에 학교를 그만두고 집에서 컴퓨터게임만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큰애가 몇몇 친구들에게 얻어맞은 게 학교를 그만두는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는데, B의 말로는 자기애에게 정신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 그리고 이는 외항선원이었던 아버지의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했던 B자신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란 얘기였다.

B는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한 자신의 어릴적 상황에 비추어 자기 큰아들에게 과도한 가르침과 통제를 가함으로서(자식에 대한 사랑과는 별개의 것이라 했다) 큰아이의 지금 상황을 자초했다는 해석이었다.


B의 판단이 옳은지 여부를 생각하기에 앞서, 고등시절 엄마의 신경정신과 입원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했던 나로서는 그의 이야기에 자동적으로 나를 대입시키게 되었다.

엄마의 정신병적 상황은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고3 때 겪은 일이다 보니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다주었을 법도 한데, 나와 나머지 세명의 동생들의 현재의 삶을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같다.

엄마는 나에게 정말 수많은 것들을 보여주고, 제안하고, 가르치고 하긴 했지만 일단 그것들이 시작된 연후엔 나의 판단과 행동에 오로지 맡겼던 것이, B와 우리 엄마의 차이점인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엄마는 당신의 자식들을 극진히 사랑했다. 뼈속까지 느낄만큼.

그래서 나와 내 동생들은, 지금도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엄마가, 가슴에 상당히 큰 존재로 남아있다. 아버지도 본인 고유의 방법으로 아이들을 사랑하셨지만, 엄마의 그것과는 사실 비교하기가 힘들다.

여튼 나와 내 동생들을 통해 얻을 결론은, 아무리 결격사유가 있거나 그 노릇을 못한다손 치더라도, 부모가 자식을 극진히 사랑한다면, 자식들은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B에게 다음과 같은 꽤 긴 문자를 보냈다.

'오늘 즐거웠어요. 근데 꼭 하고싶은 얘기가 있어요. 나 형제가 4남매인데, 울 엄마가 정신적으로 정상이 아닌 분예요. 지금도.

근데 우리 4남매의 공통된 생각(엄마를 통해서 경험한)이, "부모가 자식을 정말 극진히 사랑하면 자식이 삐뚜루 크지 않는다"는 거예요. B점장님 큰애(S)를 지극히 사랑하기 때문에, S 잘 클 거예요.

항상 S를 응원해 주세요.'

 

정말 B의 큰아이가 밝은 마음으로 잘 커주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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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물단지

2012. 7. 24. 05:32 from story of my life
어릴적 첼로는, 내게 애물단지같은 존재였다.
첼로를 싫어했던 이유는 딱 한가지.
놀고싶은 맘이 앞서서였다.
초등학교가 2학년부터 졸업까지 악기를 하나씩 하게 한 것까진 좋았다.
문제는 사남매 모두에게 악기를 하나씩 안겨주었던 엄마의 극성 - 사실 지금으로선 너무나 고마운 - 으로 방과후 학교에서, 또 일주일에 두번씩 별도레슨까지 받아야 했으니, 당연히 친구들과 볼을 차거나 벨튀를 하고 다니는 걸 심하게 좋아했던 어린 내게, 첼로를 벗어던지고 싶은 마음이 드는건 당연한 일.
결국 나를 매개로 한 엄마의 첼로에 대한 욕망은, 내가 2개월간 받은 레슨비로 친구들과 맛난거 사먹고 레슨받는다 나가서 첼로를 들춰멘 채로 영화관을 전전했던 등등의 행각이 탄로나면서, 일단락된다.

한데,
클래식을 좋아하기 시작했던 중학 3년부터인가, 나는 5년간 첼로가 싫어 땡땡이를 치고 다녔던 시절을 크게 후회하게 되었다. 시간은 돌이킬 수 없는 법.
초등때 첼로가 내게 떨쳐버리고 싶은데 지겹게도 가까이서 나를 따라다녔던 애물단지였다면, 반대로 중고등시절엔 이젠 다시 가까이할 수 없기에 더 해보고싶은 맘이 들게하는 애물단지라 하면 표현이 맞겠다.

다시 활을 잡은 요즘도, 첼로는 여전히 애물단지다.
가끔은 '해서 될까'' 생각이 들 정도로 연습이 어려울 때도 있으니.
근데 이 생각은 음악을 듣고 있으면 말끔히 사라진다. 꼭 첼로협주곡이나 소나타가 주는 화려함이 아니더라도, 베토벤 5번 교향곡 3악장같은 곡에서 메인 멜로디를 듬직한 기마병들처럼 훌륭하게 받쳐주는 첼로와 베이스들의 울림을 듣게 되면, 악기를 더 잘해야겠다는 엔돌핀이 마구 솟는다.

난 악기를 나자신을 위해 한다.
첼로는 가장 소중한 친구기 때문이다.
미워할 수 없는 애물단지.

엄마에게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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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2012. 7. 21. 07:55 from story of my life

나는 내가 글을 잘 쓰는지 아닌지를 모른다.
사실 정식으로 글을 써본 기억이라곤 초등시절 글짓기랑, 머리가 좀 큰 후 마음 내킬 때 일기 형식으로 써본 게 다니, 글을 잘 쓸리는 만무하다.
아, 편지가 있구나. 어떤이와 상당히 오랜기간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대학공부땐 좀처럼 이해가 안갔던 상드의 '꼬레스퐁당스'의 횟수가 자연스런 현상으로 받아들여진 적이 있다.

내 편지를 좋아헀지.

하지만 이거야 한사람한테만 인정받은 터라 글솜씨가 있다하긴 뭐하다.
각설하고.


최근들어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간혹 든다. 나이 탓인가? 심지어 잘써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이렇게 깔끔한 노트가 마련되었으니, 나의 감정의 편린들을 조금이나마, 붙잡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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