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밤 전화벨이 울린다.
11시 넘어서 오는 건 십중팔구 엄마의 전화. 아니나 다를까 수화기 너머로 엄마의 약간 격앙된 목소리가 들려온다.
엄마의 경우 어떤 생각이 떠올라 알려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 바로 다이얼을 누르는 분.
타인에 대한 배려를 기대하기 힘든 엄마, 당신 큰아들이 잠에 민감한 사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통화 내내 신경질이 물밀듯 밀려온다.
전언은 두가지.
하나, '막내네 식구들이 방금 도착했어.'
둘, '루바토 라는 개념을 알고 쇼팽을 들어봐, 곡이 새로이 들려'
근데 그걸 하필 이시간에 알려줘야 하나?
'응 민우네 갔구나, 좋겠네. 알았어, 쇼팽 다시 들어볼게. 얼른 주무셔'하고 통화가 마무리되었는데, 끊고나니 엄마한테 미안한 맘이 들었다.
나 어릴적부터 당신이 받은 감동은 맏아들에게 기어이 그대로 전하려고 했던 엄마.
좋은 거라 생각하면 어떻게 해서라도 안겨주려 했던 사람.
음악회, 영화, 연극, 첼로, 테니스, 수영 스케이트 등 그 수를 헤아릴 수도 없다.
엄마는 내게 어떤 존재일까?
나는 엄마에게 어떤 존재이고 또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엄마 생각을 하면 늘 눈언저리가 뜨거워온다.
rubato(tempo rubato)는 '박자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하는 연주법이나 창법'을 일컫는 음악용어로, 쇼팽의 경우 마주르카 1번에서 처음 사용하였다.
루바토는 이태리어로 '뺏거나 훔친다'는 뜻이 있어서 지정된 템포에서 박자를 훔쳐낸다는 의미로 해석하면 훨씬 이해가 빠르다. 중요한 것은 루바토를 사용해 훔쳐낸 박자를 어디에선가는 되돌려줘야 하는데 바로 그 마디나 프레이즈 안에서 모두 해결을 봐야한다는 것이다.
쇼팽이 말하기를
“ 선율이 루바토로 연주될 때 반주는 엄격한 리듬과 박자를 지켜야 된다.”
한 마디나 한프레이즈 안에서 훔쳤으면 돌려주라는 얘기다. 선율을 멋있게 늘렸으면 당겨주고, 당겼으면 풀어주라는.
이렇듯 쇼팽은 루바토 를 사용해 음악적인 언어를 구사, '피아노의 시인'이라는 호칭을 얻는다.
엄마는 전화통화에서 쇼팽의 곡은 '소나무 가지에서 잔설이 흩어지는' 것이 연상된다고 했다.
이렇게 나는 아직도 엄마에게 배움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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