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절

2012. 11. 15. 17:32 from reviews

 

난 천주교 신자이긴 하지만, 성당 못지않게 마음의 평온을 찾을 수 있는 절이 몇 곳 있다.

 

수종사를 소개받은 것은 연수원에서 일하던 시절 한 교육컨설팅사 지인으로부터다.

말수가 많지 않고 믿고 함께 일을 해오던 분인지라, 인터넷 검색을 통해 위치를 파악해 찾아가 보게 되었다.

 

이 절은 서울 동북쪽의 운길산 자락에 고즈녁히 자리잡고 있다.

 

집에서 갈 때면 팔당대교를 건너 양수리 방향으로 접어든 후, 산 아래편에 차를 세우고 걸어올라가게 된다.

지금은 운길산역이라는 전철역에 내려 산행을 시작해도 된다.

 

사찰까지 올라가는 길은 차도와 산길이 있는데, 가파르고 차의 왕래를 신경써야 하는 차도는 절대 권장할 만하지 않다.

 

하지만 계곡이나 물을 끼고 있지 않지만, 산길을 택하면 산사를 오르는 묘미를 어느정도 맛 볼 수 있다.

아랫쪽에서 약 40분 정도 소요된다.

 

절에 가까이 다다르게 되면 항상 나를 먼저 맞이해주는 것은 풍경소리다.

바람이 세면 빠른 템포의 짤랑거리지만 결코 날카롭지는 않은 소리로 산사에 들어서는 이들을 반겨주고,

또 바람이 연할 때면 특유의 은은한 소리의 빛깔로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한데 정확하게 얘기하면 이곳은 절을 만나러 가는 곳이 아니라

한강을 내려다 보기 위해 올라가는 곳이다.

 

산사 내에는 잎차를 직접 우려 마실 수 있는 차방이 있는데,

그 왼쪽으로 가지런하게 서있는 기와담장 너머로

한강의 두개 줄기가 만나는 광경-두물머리-을 조망할 수 있다.

 

까마득히 아랫쪽에 펼쳐지는 'Y'자의 물굽이를 바라보면서

그 컨설팅사 임원이 왜 매년 1월1일 아침이면 이곳을 찾아온다 하는지를 바로 알 수 있었다.

 

조망이 좋은 절들은 여러군데 있겠지만, 이렇게 탁트인 시각으로 山河를 동시에 내 망막 속에 담을 수 있는 곳은 이곳 하나뿐이다.

 

대웅전을 지나 해뜨는 방향으로 조금 걸어가면, 매우 크긴 하지만 그렇다고 위압적이지 않고 오히려 포근한 마음을 들게 하는 은행나무를 만날 수 있다.

6백년이 된 이 나무는 사찰과 약간 동떨어진, 조금은 다른 각도에서 한강을 내려다보며 방문객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마음이 힘들거나 평온함을 찾고 싶을 때, 또는 새로운 생각을 해야할 필요가 있다면 이곳을 찾아보기를 권해보고 싶다.

 

 

' 수종사는 천년의 향기를 품고 아름다운 종소리를 온누리에 울리며

  역사 속으로 걸어들어온 셈이다.

  수종사는 신라 때 지은 고사인데

  절에는 샘이 있어 돌틈으로 흘러나와

  땅에 떨어지면서 종소리를 낸다 ' 

                                                             - 다산 정약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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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hane 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