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석이조

2014. 9. 1. 20:57 from story of my life

요즘 일요일엔 거의 매주 대모산엘 오른다.
사실 대모산은 해발 삼백미터도 안 되는 낮은 산으로 큰산을 선호하는 내겐 언덕 오르는 수준이라 자주 가진 않았었다.
근데 한달전쯤 가벼운 마음으로 오른 적이 있었는데 하산길에 보니 할머니가 쪼그리고 앉아 상치며 깻잎, 나물 등을 팔고 계셨고 한구석에는 내가 좋아하는 호박잎도 나와 있었다.
할머니와 몇마디 얘기를 나눈 후 검정 비닐봉투에 넣어주시는 호박잎 이천원어치를 사왔다.
지지난 일요일 개포동 떡볶이 생각도 나고 머리도 식히고 싶어 미사후 늦은 점심을 먹고 햇볓이 사그라드는 네시쯤 대모산으로 향했다.
저번보다 이른 시간이어선지 올라가는 길에 할머니가 안보였다.
하지만 내려올 때 보니 할머니가 나와계시길래 반가운 마음에 가서 아는척을 했더니 이번에는 깻잎이 맛있다며 권하셨다. 사실 나나 집사람 작은아이가 깻잎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좀 망설이는 기색을 보였더니 할머니가 호박잎에 깻잎 한웅큼을 보태주시며 이천원만 내라 하셨다. ㅋ
근데 지난주 목요일 고기 몇점하고 저녁을 먹는데 작은아이가 안먹던 깻잎을 연이어 싸먹으며 싱싱하고 맛있다고 하는 거였다.
그래서 나는 어제 일요일에도 낮은 산인 대모산을 올랐고 내려오는 길에 이번엔 깻잎과 호박잎 두가지다 상당량을 샀다. 크 완전 아들바보.
할머니께 물어보니 다 근처 밭에서 지어 뜯어오는 거라 하셨다. 그러니 싱싱할 수밖에.
한데 할아버지가 이제 그만 다니라고 해서 못나올 지도 모른다 하셨다.
명절 잘보내시라고 꾸벅 인사하고 내려오면서 그 할머니가 계속 나오시면 좋겠다고 맘속으로 생각했다.
큰산이든 작은산이든 산은 사람에게 참 많은 좋은 것들을 준다.
맑은 공기. 나뭇잎들을 스쳐온 바람의 시원함. 하늘색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초록빛. 계곡물의 알싸한 시원함. 내려다보는 즐거움. 기분좋은 땀냄새. 생각할 수 있는 여유 등 수도 없이 많다.
그리고 아들이 좋아하는 야채 까지.
일석이조가 아니라 그 고마움을 셀 수가 없다.
산이 없다면 정신과 치료를 받는 수가 몇곱절 많지 않을까?
꼭 깻잎을 사기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시간 날 때마다 산에 올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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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hane 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