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st concert

2016. 2. 8. 14:11 from music, film & literature
His last concert with SPO(15. 12/30)

어쩌면 잘 된 일이다.
진흙탕을 떨쳐나오게 되었으니..
좋은 여건에서, 그가 더욱 빛나길 바란다.

그가 33세 때 세종문화회관에서 본 그의 지휘는 21살 재수생이었던 내게 영원히 지속될 감동을 남겨주었다.

오늘, 연주중 단원들의 표정은 예전 공연들과 달랐다.
물결치는 현악기들, 관악기들의 호흡, 전율하는 타악기들, 코러스의 외침, 그리고 관객들의 숨죽임.
이 모든 것들이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관악기들이 슬피 우는듯한 3악장에선 감정이 복받쳐 올랐다.

앵콜까지 마친 후, 그가 함께 했던 배의 선장으로서 선원들 한명한명과 일일이 악수와 포옹을 나누는 사이, 모든 청중들은 기립박수와 환호를 보냈고, 지휘석으로 돌아온 그에게 수많은 꽃다발들이 전해졌다.

한국 클래식 공연계는 아마도, 그의 빈자리로 인해 계산될 수 있는 산술적인 수치 이상으로, 뒷걸음질 칠 것이다.
물론 이런 상황으로 몰아온 사람들은 관심도 없겠지만.

우리는 정명훈과 서울시향의 연주에 10년동안 행복했다.
그가 남긴 감동은 청중들의 가슴속에서 영원히 반짝거릴 것이고, 그래서 고마워하고 그를 끝까지 기억할 팬들이 많이, 아주 많이 남아있음을, 그도 알고 있으면 좋겠다.

마지막 무대에서 갈채를 보낼 수 있어, 행복하고, 슬펐다.
그를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music, film & literatur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샌프란시스코  (0) 2016.11.11
천재, 순수함  (0) 2016.02.28
악기 소리  (0) 2015.06.02
자유로의 탈출  (1) 2014.07.20
번역서 읽기  (0) 2014.07.14
Posted by shane k. :

바램

2015. 9. 30. 23:42 from story of my life

오늘 아버지와 함께 대전에 다녀왔다. 두 달 전 대전에 마지막 남아있던 땅을 파는 계약을 하게 되었고 , 오늘 은행에서 매수인과 만나 잔금을 받고 하는 일을 하다보니, 이제 정말 대전에 올 일이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밭이라는 이름과는 상반되게도, 대전은 크지 않은 도시다.
어릴 적 시내에 다니던 버스 모든 노선이 한눈에 들어올 정도의 참 적당한 크기의 도시.
지금은 유성 등이 포함되어 상당히 넓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한 곳에서 다른 어느 곳으로 가려면 대부분 20분 안쪽이면 족하다.
오늘도 은행에서 일을 마치고 내비를 검색해보니 시내 성심당까지 13분으로 나와, 내심 반가와 하지 않는 아버지의 눈치를 못 느낀 체 하고 - 아버지는 예나 지금이나 불필요한 것 같은 데 돈쓰는 걸 싫어하신다 - 빵집으로 달렸다.
직원이 활기찬 소리로 광고하며 잘라주는 몇가지 빵쪼가리를 시식하며 튀심소보로, 부추판타롱, 크로켓, 또 내가 제일 좋아하는 단팥도넛 등을 봉지에 담는데 기분이 참 좋았다.

사실 이집 빵은 나도 나지만 엄마가 아주 잘 드신다.
나 어릴 때 엄마가 대전의 '태극당', '오복당', '거북당' 등 몇몇 빵집에서 내가 좋아하는 빵, 재료 들을 참 많이 사주셨는데..
헌데 이제는 엄마가 다리가 안 좋아 거의 움직이질 못한다. 더 안 좋은 건 움직일 의지를 안 보인다. 저 상태로 지내며 영영 못 일어날 가능성도 많아 보인다.
휴..
나 어릴 때처럼 엄마가 여기저기 돌아 다니며 좋아하는 것 많이 사주면 좋겠다.
돈은 내가 얼마든지 드릴테니.
한달에 딱 한번이라도 그랬으면 좋겠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story of my 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piano  (0) 2016.05.03
옥토끼  (1) 2014.11.06
일석이조  (0) 2014.09.01
pretty woman  (0) 2014.05.04
지워지지 않는 기억  (0) 2014.04.23
Posted by shane k. :

악기 소리

2015. 6. 2. 13:40 from music, film & literature


이사 온 후로, 도저히 못일어나는 경우가 아니면 새벽마다 둘째를 정자역까지 차로 데려다 준다.
학원이 있는 강남역까지 정자역에서 신분당선으로 18분이면 갈 수 있기 때문에, 아이한텐 강남 살 때에 비해 크게 나빠진 게 없다.
근데 나한텐 요 아침 일찍, 또 밤에 역으로 가 픽업해 오는 도합 30여분의 동승시간이 참으로 달콤할 수밖에 없다.
아이를 위해 눈에 보이는 뭔가를 할 수 있고, 또 아이와 함께 할 수 있기 때문. 뭐, 말을 많이 나누지 않아도 말이다.

근데 오늘 아침엔 FM에서 어떤 곡이 나오고 있는데, "아빠, 이거 클라리넷이지?" 했다. 내가 "응, 맞아. 대단하네" 했더니 "클라리넷 소리는 만화영화 같아"하고 혼잣말처럼 얘기했다.
내가 신이 나서 "응, 클라리넷 소리가 품격이 있지, 오보에 소리도 좋구!"하고 발동을 걸었더니 "품격 있는 소리는 플룻이지, 클라라넷은 장난치는 소리 같고"라고 응수했다.

사실 대화는 더 이어지지 않았지만 난 얼마나 기분이 좋았던지..
나는 그 나이에 그냥 클래식음악이 좋아 듣기만 하는 수준이었는데, 둘째아이가 관악기군의 서너 가지 소리를 분간할 수 있다는 사실이 마냥 즐겁기만 하면서, 집에서 가능하면 93.1 들려주고, 음악회 일부러 데리고 가고 하길 참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복잡한 것 같지만 관악기군은 조금만 신경 쓰면 그 종류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목관악기중엔 앞에서 언급된 플룻의 왼쪽에 앉아 날아다니는 참새처럼 높고 가는 음을 내는 난장이 피콜로가 있고, 또 클라리넷 오른쪽에서 중후하게 낮은 소리를 선보이는 팥색깔의 파곳(바순)을 들 수 있다.

그리고 나머지는 금관악기로 달팽이처럼 생긴 감미로운 목소리의 호른, 사람 몸집만한 튜바. 그리고 세개의 버튼을 눌러대는 트럼펫과 관을 앞뒤로 움직이며 음을 맞추는 트럼본 등이 있다.

물론 이외에도 잉글리쉬 호른, 바셋 클라리넷 등 곡에 따라 특색 있게 등장하는 관악기들의 리스트들이 더 있긴 하지만, 앞에 언급한 목관 4종류, 금관 4종류 정도의 특징만 알고 있어도, 관악기들이 여러 대목에서 주로는 곡을 부채질해주는 역할, 또는 화음을 맡거나 그리고 적지않은 곳들에서 메인 멜로디를 이끌어가며 현악기들과 화답을 주고받는 이들의 역할과 매력이 얼마나 큰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자존심 강한 소년 왕자같은 음색의 오보에 소리도 좋고, 아프리카의 한복판에서 낮잠을 자며 데니스가 축음기에 틀어놓은 클라리넷 소리도 잊을 수 없다. 마음에 선을 가느다랗게 그으며 지나가는 듯한.
차이콥스키 호두까기 인형 중 '중국의 춤' 멜로디는 플룻 특유의 음색을 실컷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둘째아이가 플룻소리에서 '품격'을 떠올리는 이유는 뭘까. 풀내음 나는 듯한 상쾌함 때문일까?

뭐 이유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부디 수능 잘 마치고 좋은 음악들 많이 듣게 되, 다른 악기 소리에도 오늘 아침처럼 하나하나 본인 나름의 색깔을 부여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램이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music, film & literatur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천재, 순수함  (0) 2016.02.28
last concert  (0) 2016.02.08
자유로의 탈출  (1) 2014.07.20
번역서 읽기  (0) 2014.07.14
brilliant series  (0) 2014.05.24
Posted by shane 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