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 대전집에서 CD를 몇장 들고 왔다.
엄마는 꽤많은 곡들을 보유하고 있는데, 아들이라 해서 음반을 그냥 주는법은 절대로 없다.
해서 이번에도 어릴적 실력을 끄집어내, 엄마 몰래 눈에 띄는 애들을 가방 제일 밑단에 숨겨 운반해왔다. 훔친 사과가 더 맛있는 법.
새벽에 음반들을 꺼내 들어보려는데, 'Chelibidache'라는 타이틀의 자켓이 눈에 띄었다. 모차르트 40번과 하이든 92번 두 교향곡 실황 음반. 손으로부터 오디오로 빨려들어가는 CD의 느낌은 늘 좋다.
내 경우, 40번 2악장은 좀처럼 친해지지않는 곡으로 남아있다. 모차르트 곡들은 처음 접하면서부터 순식간에 좋아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아이는 여러번 들어도 이상하리만치 맘속에 자리잡질 못하고 있었다.
근데 훔쳐온 음반이 그 거리를 없애줬다.
여느 때와 달리, 새벽공기를 가른 음악에 , 마치 입에 착 달라붙는 찌게를 만난 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특히 현악기의 따스함과 2악장 특유의 서정성이 고스란히 내 마음속에 파고들었다.
이유가 무엇일까?
Chelibidache가 지휘했기 때문이었다.
같지만 다른곡.
2악장을 반복해 들으며 검색해 보니, 그는 베를린 필의 푸르트뱅글러를 자신의 모델로 삼은 루마니아 태생 지휘자.
푸르트뱅글러가 인터뷰에서 템포 설정에 대해 질문을 받자 “그것은 소리가 어떻게 영향을 주는가에 달렸다”고 대답한 것에 첼리비다케는 큰 충격을 받는다.
이러한 배움을 통해 첼리비다케는 “음악이란 말로 이야기되는 것이 아니고 단지 체험일 뿐이다”라고 설파했다.
그래서 그는 녹음을 철저하게 거부했다.
나 역시 마이크로 받아 앰프를 통해 스피커로 전달되는 음악은 '체험'이란 면에서 실제와 같을수는 없다는 생각이다.
태어난지 딱 100년이 된 이 지휘자의 곡들을 좀 더 들어봐야겠다.
4악장이 끝나자 청중들의 박수소리가 잔잔한 파도처럼 밀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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