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film & literature'에 해당되는 글 33건

  1. 2012.12.10 세상으로부터의 단절 3
  2. 2012.11.22 청력을 잃은 작곡가
  3. 2012.11.20 노장의 연주, 아름다운 앵콜
  4. 2012.11.07 2013년 내한 오케스트라 음악가들 1
  5. 2012.11.06 게르기예프
  6. 2012.11.05 리골레토 1
  7. 2012.10.25 마에스트로 2
  8. 2012.10.22 이월가치
  9. 2012.10.16 치유로서의 음악
  10. 2012.10.03 손을 잡는다는 것

 

에스테르하찌 후작의 궁정 악장이었던 하이든(Franz Joseph Haydn, 1732-1809)은 29세에 유일하게 전해져오고 있는 첼로협주곡을 만든다.

이 곡은 드보르작, 생상의 첼로협주곡과 함께 가장 널리 연주되는 아름다운 곡이다.

 

작곡 당시 그는 "나는 세상으로부터 단절되었다. 내가 갈 길은 분명하며, 나는 충분히 독창적이다."라고 말했다 한다.

 

요즘 첼로 레슨곡으로 이 하이든의 첼로 협주곡(Cello Concerto C major)을 배우고 있다.

사실 바흐 무반주첼로 곡들 중 어렵지 않은 아이들 세곡 정도를 연주해 보았던 것도 내 실력으론 만만찮았던 일.

한데 이 곡을 내가 연주하게 되다니!

멜로디 자체가 화려한만큼 난이도가 강한 대목들이 많고, A선(첼로의 가늘고, 음이 가장 높은 선)을 따라 높은음 저 위까지 올라가야 하는 부분들이 많아서, 당연히 듣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는 그런 곡이기 때문이다.

근데 약 1개월전 첼로선생님이 자기 악보책을 주며 해보자고 하셔서, 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네 개의 선을 한꺼번에 그으면서 시작되는 예의 도입부부터 8줄 정도까지는 생각만큼 어렵지는 않고, 오히려 재미있었다.

하지만 가온음자리표와 높은 음자리표가 나오기 시작하는 후반부는(첼로는 낮은음자리표를 기본으로 한다) 마치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느껴지기만 했다.

곡을 여러번 들으며 멜로디를 암기하였는데도 실제로 해보려고 하면, 특히 엄지 손가락으로 지판을 눌러 음을 잡아야 하는 곳들은 음표도 리듬도 소화하기가 힘들어, 나에게는 무리한 곡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게 만들 정도였다.

어제 레슨을 받으면서 애로사항을 호소했더니, 선생님이 다시 세세히 짚어주셨다.

까먹지 않기 위해 집에 돌아와 다시 여러번 해봤는데, '아, 이제 가능하겠다!'하는 자신감이 생겼다.

곡 전체 악보가 총 10페이지가 넘는데, 배운 곳은 두쪽.

하지만 그 뒤의 악보들은 같은 동일 motive의 변형이나 반복으로 구성되어 이 두쪽만 잘 익히면 나머지 전부가 가능하다 하셨다.

 

'야호!'

 

첼로 연습을 하다보면 하이든이 말한 '세상으로부터의 단절'을 경험하게 된다. 나를 홀로 만들어 주고 나라는 존재를 다시 자리매김 해주는 좋은 의미의 단절.

사람은 누구나 외로움을 타게 마련인데, 첼로란 악기는 인간관계에서 메꿔지지 않는 아쉬운 부분을 따뜻하게 채워준다.

어릴 때 엄마가 내 귀에 못이 박히도록 얘기했던 '외로울 때 진정한 친구'인 것이다.

 

이 협주곡은 200년 이상 숨어 있다가 1961년 체코의 프라하박물관에서 발견되 진본으로 인정 받는다.

그러니까 세상에 나온지 50년밖에 안 된 것이다.

듣고 있으면 마치 첼로가 하늘로 비상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는 이 곡은

'듣기에는 어렵지 않지만, 수많은 첼리스트의 양손을 시험에 들게' 만드는 '쾌작'이라는 평을 들을 정도로 아름다우면서도 시원함을 선사해 주는 곡이다.

부담이 없으면서도 극도로 수려한 곡을 만들어 내는 하이든의 이런 점을 모차르트가 높이 사고 또 닮으려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에스테르하찌 문고의 화재로 불타버렸다는 그의 또한곡의 첼로 협주곡이 궁금하다.

 

여러 음반들이 있지만 장한나(EMI)의 연주를 추천하고 싶다.

재기 넘치는 열여섯 장한나와 고인이 된 주세페 시노펠리의 어우러짐은 소장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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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hane k. :

 

 

마리스 얀손스가 이끄는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의 베토벤 교향곡 6,7번을 만났다.

 

겨울의 문턱이지만 저녁 식사를 한 후의 예술의 전당은 그다지 춥지는 않았다.

 

6번의 경우 실황을 듣는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초등 6학년 때 엄마의 손에 끌려 대전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와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볼프강 자발리쉬 지휘의 스위스 로망 드 오케스트라 연주를 들었는데,

아직도 지휘자와 악단명을 기억하는 것은, 어린 나의 귀에 실바람처럼 파고들었던 1악장의 선율을 지금까지도 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새벽녘에 대전집에 도착했지만, 그날의 감동을 일기장에 차곡차곡 적어내렸던 기억이 난다.

 

두번째는 5년여전 정명훈의 서울시향 연주를 들었다.

 

격정적이라 말할 수 있는 5번과는 대조적으로 이 곡은 자연과 함께하는 작곡가의 마음이 잘 나타나 있다.

베토벤이 직접 '전원'이란 표제를 붙인 6번은 9개의 교향곡 중 유일하게 5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악장 역시 표제가 있는데,

초등학교 때 배운 것처럼

 

1악장  전원에 도착해 받은 유쾌한 감정

2악장  시냇가의 전경

3악장  시골사람들의 단란함

4악장  폭풍우의 내습, 구름, 천둥

4악장  양치기의 노래, 폭풍우 뒤의 기쁨과 감사

 

등이다.

 

곡을 들으며 베토벤이 관악기들을 교묘하면서도 완벽하게 잘 활용한 천재임을 확인했다.

곡중에 표현된 새소리의 경우, 클라리넷과 오보에가 엇박자로 섬세한 기교를 부리며 듣는이들의 마음을 자극한다.

극도로 약화된 청력으로 인한 건강상의 문제로 요양차 찾은 하일리겐슈타트 지방을 거닐며, 나무, 산, 시냇물, 계곡과의 교감을 나누면서 받은 작곡가의 영감이 전악장에 걸쳐 수려하게 나타나고 있다.

 

매우 서정적인 풍의 2악장은 명망있는 오케스트라의 진면목을 만날 수 있는 대목이다.

성악이나 합창과 마찬가지로, 큰소리를 잘내는 것도 실력이지만 2악장같은 곳에서 아주 작은 소리를 얼마나 세밀하게 만들 수 있는가가 오케스트라의 수준을 가름하는 척도 중 하나다.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의 경우 소리의 강약을 어떻게 저렇게까지 세분화할 수 있을까 하는 감탄이 나올 정도로 악쌍의 표현을 극도로 정밀하게 나눌 줄 안다는 생각이 들었다.

 

9개의 교향곡 작곡 시기중 6번과 7번 사이의 텀이 가장 긴 이유는

6번 이후 작곡가가 청력을 완전히 상실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신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사명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이 불멸의 천재가 귀가 완전히 멀었을 때 겪었을 고뇌는 가히 짐작할 만 하다. 유서까지 작성을 해놓았으니.

 

따라서 7번 교향곡은 청력상실의 고뇌와 극복과정, 또 다시 음악을 재개하면서 느낀 환희와 행복의 단계들이 각 악장에 차례대로 고스란히 그리고 완벽하게 담겨져 있다.

사실 이번 공연을 꼭 가고 싶었던 이유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7번을 만나고 싶어서 였다.

 

고뇌와 상심으로 가득찬 2악장의 경우 영화 'King's Speech'에서 말더듬이 영국왕이 처음으로 대중들 앞에서 성공리에 행하는 8분짜리의 연설 대목에 고스란히 사용되, 그 진가가 발휘되기도 하였다.

 

7번 역시 관악기들이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특히 고뇌의 극복을 외치고 있는 3악장에서 오보에와 클라리넷, 바순이 각각 멜로디를 풀어가는 대목의 경우, 악장 자체가 이 관악기 주자들를 위해 만들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특유의 독특함과 오묘함이 묻어난다.

 

4악장의 빠른 템포와 박진감 넘치는 운율은 청중들이 앉은 자리에서 몸을 들썩들썩하고 싶을 정도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객석의 많은 이들이 카덴짜를 지나 지휘자의 손이 멎었을 때 기립해 박수를 보낸 것은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바이에른 교향악단은 악기배열의 생소하다.

 

흔히 볼 수 있는 미국식이나 유럽식의 경우,

미국식은 왼쪽부터 제1, 제2바이올린 - 비올라 - 첼로 이며

유럽식은 제1,2 바이올린 - 첼로 - 비올라 인데

이 악단은 제1바이올린 - 첼로 - 제2바이올린 - 비올라 의 순서 였다.

이 구성에 대해 좀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러시아 출신 노장 마리스 얀손스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크거나 화려한 동작을 많이 구사하지 않으면서도, 단원들과의 교감을 훌륭하게 해낸다.

그가 단원들에게 기를 불어넣으면 단원들은 소리로 화답하고, 또 이 소리는 다시 지휘자에게 기를 불어넣고 하는 게 반복되 급기야 그 효과가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는 오케스트라가 엄청난 힘을 뿜어낸다.

그는 70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어느 틈엔가 지휘봉을 왼손으로 또다시 오른손으로 옮기며 마치 춤을 추는 듯한 지휘로 주자들 전원을 술렁이게 만든다. 가끔 볼 수 있는 직선의 수평 팔동작은 여느 지휘자에서 볼 수 없는 매력적인 포인트.

 

앵콜곡 까지 듣고 콘서트홀을 뒤로 하고 나오면서

'가을의 마지막 자락을 보내는 것이 아쉬워, 정말 가을처럼 꽉 찬 감동을 선물받은 밤'이라는 행복함이 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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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엉겹결에 티켓을 얻게 되.

Radu Lupu의 연주를 만나볼 수 있었다.

 

사실 이 루마니아 태생 피아니스트의 이름도 모르고 있었는데,

검색해보니 '피아노의 전설', '괴짜 은둔형 피아니스트' 이런 닉네임들이 붙어 있었고

무엇보다도 베토벤 3,4번 협주곡을 연주한다는 점이 가서 들어보고 싶다는 맘을 자극했다.

 

회사 동료들과 함께하는 공연이란 왠지 불편할 수 있는데,

이번에는 회사 동료(들)와 같이 가서 행복했다.

 

얼마전 코리안 심포니에 대한 약간 실망스런 기억 때문에 별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론 이 거장이 오히려 오케스트라의 숨은 역량을 지펴낼 수도 있으리라는 기대도 했다.

악기, 조명, 의자, 연주 위치, 심지어 마이크까지 공연의 모든 부분 하나하나를 자기 입맛에, 그것도 아주 까다롭게 맞춰야 하는 연주자들의 경우, 그것들이 충족된 상황에서는 감동적인 작품을 만들어내는 경우를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라두 루푸는 지휘자 이대욱과 함께 조용하고 군더더기 없는 몸짓으로 등장했다.

 

베토벤의 피아노협주곡 중 유일한 단조곡인 3번.

1악장의 경우 악기군들이 서로 주고받으며 이어가는, 귀에 익은 멜로디로 시작된다.

3분도 더 지나 비로소 피아노가 등장하지만, 현악과 관악이 화답하고 또 흩어졌다 다시 모이고 하는 곡조를 따라가다 보면 지루함은 없다.

 

70을 앞두고 있는 라두 루푸는 손이 커 보였다.

하지만 그 큰 손이 빚어내는 소리는 표현이 어려울 정도로 아름다웠다.

나는 순간 인사동 거리의 용수염 과자를 만드는 과정이 연상되었다.

때로는 조심스레 또 어떤 때는 날렵하게, 가늘고 하얀 실같은 꿀타래 수천가닥을 두손으로 능숙하게 말아내는..

 

대부분의 연주자가 3층 맨꼭대기에 있는 청중에게까지 '나의 아름답고 청명한 소리를 들어주세요!'하고 호소하는 스타일 이라면,

라두 루푸는 때로는 구르는 듯, 그리고 어느 대목에선 옹알거리는 듯한 소리로 관객을 자신에게 조금씩 당기는 노련함을 지니고 있다. 젊은 연주자들에게선 찾아볼 수 없는 완숙미.

 

가끔 그는 피아노가 진행되지 않는 대목에서, 마치 곡을 통제하기라도 하듯이 오케스트라 연주자를 응시하기도 하고,

또 이따금 지휘하는 듯한 왼손동작을 보여주기도 한다. 물론 이런 몸짓들은 거슬리거나 하지 않고 부드럽고 카리스마 있다.

 

함께 간 파트너가 인터미션 때, 라두 루푸가 예당에 있는 'Steinway & Sons' 피아노 7대를 모두 꺼내놓고 그중 가장 부드러운 소리가 나는 아이를 선택, 자신의 스타일에 맞춰 조율했다는 얘기를 해줬는데, '아 그래서 그런 소리가 났구나'하고 알게 되었다.

밖으로 내놓아 울려퍼지는 게 아닌, 안으로 부드럽게 감싸는 듯한.

작지만 그래서 더 마음에 오래 남게 될 소리.

 

피아노 독주로 시작되는 협주곡 4번은 무척 서정적이다.

특히 2악장의 경우 오케스트라는 장중하고 위엄있는 반면, 피아노 솔로 대목은 극도로 조심스럽고 섬세하다.

이처럼 거미줄보다도 더 가는 터치가 요구되는 곡은, 아무나 작곡가의 의도를 십분 표현하기는 힘들 것이다.

따라서 베토벤 협주곡 5번이나 라흐마니노프 2번 처럼 무게와 기교를 필요로하는 곡들 보다는,

소프트 페달을 즐겨 사용하는 라두 루프에게는, 이 베토벤 4번이나 모차르트 21번 처럼 서정적이 대목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곡이 더 걸맞다는 생각이 든다.

 

두차례의 커튼콜 뒤에 피아니스트이기도 한 지휘자와 노장의 연탄을 들을 수 있었다.

잘 알려진 슈베르트 '군대 행진곡'

두사람이 나란히 앉아 연주한다는 설정 자체가 관객들을 들뜨게 만들었다.

이대욱이 오른쪽에서 멜로디를 만들고, 라두 루프가 저음으로 힘있고 빠른 곡을 더욱 노련하게 받쳐주었다.

이대욱은 초반부엔 약간 흥분하였지만, 이내 안정을 찾았고, 두 피아니스트는 스무개의 손가락이 자아낼 수 있는 최상의 화음으로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장면을 객석에 선사했다.

 

이 앵콜곡을 들으며, 정명훈과 김선욱의 연탄을 들어볼 수 있을까? 란 생각이 들었다.

 

라두 루프를 만난 건 큰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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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hane k. :

 

공연 장소는 모두 예술의전당 입니다.^^


2013.1.5~6 이스라엘 필하모닉

2013.1.16 빈 슈트라우스 오케스트라

2013.2.6 시카고 심포니,리카르도 무티

  스트라빈스키 요정의 키스/디베르티멘토/부조니 투란도트 모음곡/브람스 교향곡 4번

2013.2.7 시카고 심포니,리카르도 무티

  베르디 오페라<시칠리아섬의 저녁기도>서곡/멘델스존 교향곡 4번/베토벤 교향곡 3번

2013.2.13 라파우 블레하츠

2013.2.26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앙상블

2013.2.27~3.1 런던 심포니,버나드 하이팅크,마리아 조앙 피레스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17번,21번/브루크너 교향곡 9번/베토벤 교향곡 7번 외

2013.4.21~22 뮌헨 필하모닉,마젤,조성진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베토벤 교향곡 7번 외

2013.5.25 모스크바 국립 심포니

2013.6.11 다닐 트리포노프 

2013.6.16 다비드 게링가스

2013.6.18~19 아카데미 오브 에이션트 뮤직

2013.6.29~30 로열 필하모닉

2013.7.12~13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

2013.9.24~25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 "정명훈"

2013.10.8~9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

2013.11.11~12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2013.12.4~5 도이치 캄머 필하모닉

2013.12.10~11 미샤 마이스키 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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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hane k. :

게르기예프

2012. 11. 6. 23:24 from music, film & literature

그의 지휘는 독특하다.

마치 손가락 끝에 백여명이 넘는 오케스트라 주자 한명한명과 보이지 않는 가늘고 부드러운, 하지만 결코 끊어지지 않는 실타래를 연결해 곡을 빚어내는 듯하다.

그리고 단원들은 그를 한껏 신뢰한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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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골레토

2012. 11. 5. 14:52 from music, film & literature

 

베세토 오페라단의 공연 '리골레토'를 보았다.

 

전에 세종문화회관에서 대공연장에서 본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경우,

귀에 익은 곡들이 지닌 아름다움에 비해 스토리의 수준이 떨어진 다는 느낌이 들어 내용보다는 음악 위주로 공연을 접했던 기억이 있던 터라, 줄거리를 미리 공부하고 간 이번 오페라의 경우도 그같은 선입견을 안고 들어가게 되었다.

 

하지만 이번 공연은 내게 이러한 우려를 말끔히 없애주는 계기가 되었다.

오페라는 '종합예술'이라는 표현을 실감하게 해주는.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는 소리의 울림을 잘 소화해낸다.

그리고 내부 구조상 제일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배우들의 움직임을 선명하게 알아볼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1층의 무대와 가까운 자리를 얻게 된 나는 오히려 2층 중앙이나 박스석에서 내려다 보면 좀 더 집중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오페라 내내 하게 되었다.

 

빅토르 위고의 '왕의 환락'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리골레토'의 스토리는 매우 간단하다.

광대이자 곱추인 리골레토가 자신의 모든 것인 딸 질다를 농락한 만토바 공작에 대한 복수로 살인 청부업자를 고용하는데, 공작에게 이미 마음을 다 줘버린 질다가 이 사실을 알고 공작 대신 남장을 하고 죽음을 택한다는 이야기다.

 

리골레토 역의 '스테파노 메오', 만토바 공작을 맡은 '박기천', '파트리샤 자나르디'가 맡은 질다, 그리고 막달레나를 소화한 '한지화'

네사람 모두 풍부한 성량과 세련된 보이스, 그리고 섬세한 기교를 지니고 있었다. 테너 박기천이 약간 모자라다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

질다는 소프라노 특유의 가련함과 열정을 선사해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주인공 리골레토는 바리톤의 성량으로 극 전체를 훌륭하게 리드했고, 특히 곱추의 구부정한 몸동작을 하면서도 자신의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그의 보랏빛 폭풍우가 치는 가운데 자루 속에서 발견한 죽어가는 자신의 딸을 확인하고 통곡하는 장면은, 보는 이들의 폐부를 찌를 정도로 통렬한 감동을 전해 주었다.

 

리골레토는 '여자의 마음'이란 곡을 통해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3막 중반부에 전개되는 4중창 '아름다운 아가씨여'가 이 두시간 반짜리 공연의 백미로 느껴진다.

극단의 복잡함을 지닌 화음으로도 극한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이렇게 주인공들이 자신의 기량을 한껏 발휘할 수 있는 데는 오케스트라의 뒷받침을 빼놓을 수 없다.

베세토-베이징,서울,토쿄 각 도시의 앞자를 따서 만든 이름-라는 명칭에 걸맞게,

오케스트라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악보대에 작은 등들을 밝히며 오페라의 대목대목을 섬세하면서도 화려하게 백업해 주었다.

악단을 리드함과 동시에 성악가들과 호흡을 같이 해야 하기에 오페라 지휘자는 두배 이상의 집중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인터미션 때 앞쪽으로 나가 오케스트라석을 들여다 보았는데, 마치 알을 품어 내보내는 둥지와 같은 포근함이 느껴졌다.

 

베르디의 이 공연이 초연된 이후 후세 음악가들에 의해 작품이 상당부분 가다듬었졌을 것이다.

이번 공연의 경우 '연애'와 '죽음'이라는 비극적인 스토리를 모든 장면들의 수준 높은 전개를 통해 '아름다운 작품'으로 만들어 놓아, 슬픔은 아름다움과 통한다는 진리를 새삼 내게 가르쳐주었다.

 

공연을 접하며 이태리 국민들 참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다.

훌륭한 음악가들이 있고 아름다운 자연, 맛깔난 음식을 선조들로 부터 이어받았으니.

 

앞으로 기회 있을 때마다 오페라를 좀 더 사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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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에스트로

2012. 10. 25. 08:09 from music, film & literature


정명훈을 처음 본 건, 재수하던 해 세종문화회관에서였다.

그는 KBS교향악단 지휘봉을 잡고 있었고, 그날 3층 객석에서 사회를 보던 손석희가 파릇파릇할 때니 꽤 오래된 이야기다.
주머니 사정상 가장 싼 5천원짜리 자리를 산 덕에 3층 제일 높은자리(?)에 앉다보니, 자리잡은 단원들을 보고있는데 마치 스키장 맨꼭대기에서 콘도건물들을 내려다보는 듯한 아득한 느낌이 들었다.

이거 뭐 소리나 제대로 들릴까?
사실 더 큰 걱정은 그의 움직임을 제대로 볼 수 있을까 하는 것.



한데 기우였다.

 

당일 공연의 메인 레퍼터리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피아노 리드로 시작되 오케스트라가 주동기를 아련하게 이어받는 예의 1악장 도입부가 육중한 수레처럼 번져나올 때, 울컥 눈물이 흘러나왔다.

 

그의 지휘는 전에 보지 못한, 또한 앞으로도 다른 어떤 사람에게서도 볼 수 없는, 그러한 종류의 몸짓이었다.

멈출듯 하면서 다시 격정적으로, 안쪽 직선으로 파고드는가 했더니 순간 반원을 그리기도 하고.

대부분의 지휘자들이 밖에서 안으로 팔을 이동하며 곡조를 리드하는 반면,

정명훈은 반대로 첫음의 손동작을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 연주자들은 주의를 놓을 틈이 없다.

마치 엇박자로 반템포 빨리 팔움직임을 가져가는 것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이런 그의 움직임은 얼굴을 알아볼 수 없는 제일 먼곳에서도, 매우 생생하고 기억에서 지울 수 없는 것으로 내 마음속에 새겨진다.

 

몸이 왜소하기 때문에 오히려 그의 움직임은 보다 크고 생동감 있다.

 

네살에 피아노를 시작, 20세에 차이콥스키 콩쿨에서 2등을 차지한 그는 앙드레 프레빈의 모습을 보고 지휘자의 길을 선택, 두번째로 줄리아드에 입학 줄리니에게 사사를 받는다.

줄리니에게서 그는 음악은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밑바탕되야 한다는 걸 배운다.

실제로 그의 몸짓을 보고있자면, 단원들 하나하나를 아끼고 생각하는 심정이 진하게 베어있는 움직임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또한 협주곡이 진행될 때는 자신의 몸짓을 죽이며, 협주주자를 최대한 돋보이게 하는 노력 또한 이같은 배려와 사랑의 마음에 다름 아니다.

 

지휘자로서의 그의 스토리는 영예와 가시밭길이 함께 한다.

세계적 명성의 바스티유 오페라 음악감독을 맡은 그는, 3년만에 프랑스 정부로부터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지만, 그후 2년도 안되 정치적인 문제로 파리에서의 지휘봉을 놓게된다.

고국에 돌아와 다시 호흡을 맞춘 KBS교향악단과의 인연도 4개월여만에 중단된다.

 

2003년 서울시향과의 만남으로 그는 부활한다.

급기야 아시아 최초로 도이치 그라모폰 음반을 취입, 지금까지 4개의 음반을 내놓으며 서울시향을 세계적인 오케스트라 수준까지 끌어올린다.

 

마에스트로.

 

그가 없었으면 지금의 서울시향은 없다.

그가 있기에 우리는 빈이나 베를린에서 처럼 최상의 음악을 접할 수 있는 행복을 누린다.

 

'클래식을 한다는 것은, 한평생 완벽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다'라는 그의 전언을 평생 마음에 두어야겠다.

 

아, 그처럼 요리도 이제 좀 배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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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hane k. :

이월가치

2012. 10. 22. 17:52 from music, film & literature

 

대학때 참여문학을 공부하면서 '이월가치'라는 단어를 처음 알게 되었다.

시대를 넘어 다른 상황, 또는 다른 체제에서도 접하는 이에게 '감동'을 선사할 수 있는 것.

이는 비단 문학작품뿐만이 아니라 음악, 미술, 연극 등 모든 장르에 적용될 것이다.

 

이월가치를 지닌 것들을 많이 접하고 싶다.

이월가치를 지닌 piece들은 인간에게 양질의 영양분을 제공해주고 좋은 의미에서의 '소양'을 갖추게 해주기 때문에, 이를 자주 접한 사람은 본인의 내면은 물론 주변사람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베니스의 상인이 여전히 영국에서 사랑을 받고, 이탈리아 국민들이 투스카니 언덕에서 베르디 오페라의 가곡을 들으며 눈물을 자아내는 것 등은 모두 이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하겠다. 그들이 부럽다.

 

지금시대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조용필, 서태지'의 음악 등을 들 수 있지 않을까?

조정래의 '태백산맥'도 손꼽을 수 있을 것이다.

80년대 민주화항쟁 당시 우리나라에 '태백산맥'을 읽은 사람이 10%만 되었어도, '보통사람'의 탈을 쓴 군사정권의 손에 또다시 국정이 넘어가진 않았으리라.

 

요즘 K-Pop, 한류 열기가 전세계에 인기다.

강남스타일 유투브 조회수가 5억건을 넘었다 하고.

물론 이런 것들도 나름대로의 가치를 지니고 있겠으나, 이월가치가 있다 할 수는 없다고 본다.

 

하루아침에 가능하진 않겠지만,

우리가 이월가치가 있는 작품을 보다 많이 경험하고 또 배출하게 되, 문화적인 면에서도 다른 나라의 부러움을 사게 되기를 바라는 건 소박한 바램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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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hane k. :

 

음악을 듣는 것은,

그 작곡가를 만나는 일이다.

 

후세의 연주자는 오선지에 풀어내린 작곡가의 심정을 읽어내려 애쓰고,

청중은 곡을 통해 그의 마음을 헤아리게 된다.

 

완벽한 동화까지는 아니더라도,

수세기 전 작곡가가 느꼈던 감정-절망,고통,희망,희열 등-들은 우리 마음에 그림을 그려댄다.

 

한데, 작곡가가 자신의 심정을 말이나 행동으로 이미 표출한 이후에 만들어진 것이라면,

그것은 퇴색한 악보일 것이라 나는 생각한다.

'어떤 슬픔이 말로 옮겨 이야기로 만들거나 그것에 관해 이야기 할 수 있다면, 그것은 참을만한 것이다'라는 'Out of Africa'의 여주인공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하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로 천재음악가의 음표들은 '애절함'의 표현에 다름 아니다.

 

'신이 정말로 모차르트나 베토벤 같은 대가들을 자신을 알리는 도구로 사용했던 것일까?'라는 물음에는 누구도 자신있는 답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음악을 듣고 있자면, 내 경우 'yes'라는 대답을 하고 싶다.

 

'치유'라는 면에서 음악은 종교 이상으로 내게 위안과 평온을 주는 친구이다.

힘들 때는 힘들 때대로, 슬플 때는 또 슬플 때대로, 그리고 용기를 얻고 싶을 때는 또 그렇게, 음악은 마법같이 내 마음을 알아준다.

누군가에게 나의 처지를 이야기 하고 조언을 들으면, 뭔가 모자라는 느낌이 들게 마련인데,

음악을 들으며 마음을 주고 받으면, 부족함이 없다.

 

음악은 나를 정화시켜준다.

 

좋은 음악을 접하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커다란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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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hane k. :


연휴를 틈타 가족들과 '광해'를 보았다.

작은아이에게 주제가 뭐인것 같냐고 물었더니 '리더십'이라 대답한다.

내 생각에 이 영화가 주는 으뜸 메시지는 단연 '사랑', 사람에 대한 사랑이다.
곁에있는 이들을 어루만지고 아낄줄 아는 품성을 가진 사람이 하는 생각과 말과 행동은, '義(영화의 또하나의 주제)'로울 수밖에 없다.

이런 시각에선 등장인물중 하선, 사월이, 도부장 셋을 주요 주인공으로 꼽을 수 있겠다.
사월이도 도부장도 자신을 마음으로 아껴주는 하선에 대한 보답으로, 안타깝지만, 목숨을 던지고 만다.
목숨과 바꿀 수 있는 사랑.
나도 그런 사랑을 받아본 적이 있던가.

또 베푼적이 있던가.
하선의 인간미가 마냥 부럽기만 하다.

영화 속에서 '팥죽'은 이러한 사랑을 표현하는 빼놓을 수 없는 매개체로 작용한다.
"살아있어야 팥죽도 맛난법"이라 호통치며 도부장을 일으킨 것도 팥죽이었고,
사월이를 포함한 수랏간 나인들의 굶주림을 헤아리며 팥죽을 제외한 나머지 음식들이 물려지기도 한다.
또 심약해진 왕비를 위해 보내고, 다 먹기를 확인하기까지 하는 음식도 팥죽이다. 이대목에선 '쌍화점'에서 왕비를 위해 인동초를 들여준 홍림의 맘씀씀이가 떠올랐다.

영화에서 하선이 왕비의 손을 잡고 뛰는 장면이 마음에 가장 강하게 남는다.
두사람이 손잡고 뛰며 무언의 대화를 주고받는.

사랑한다는 말보다 '보고싶어'라는 말이 더 강하듯, '손을 잡는다는 것'은 제일 의미 깊은 접촉이다. 그 이상의 육체적 접촉보다도.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그래서 나는 클림트 '키스'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이 두사람의 마주잡은 손이다.
손을 잡는 것이야말로 두사람의 마음이 포근해지며 진정 하나되는 것이리라.

이렇게 영화는 내게 사랑의 중요함을 새삼 확인해 주었다.

하선의 마지막 대사가 여운으로 남는다.

"나는 나의 꿈을 꾸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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