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귀환

2012. 10. 18. 14:13 from story of my life

 

대학 친구인 H가 돌아왔다.

 

사실 나는 아주 친한 친구가 많지 않다.

그런데 이 친구의 경우 서로 아무리 주고 받아도 너나가 없다할 정도로 거리가 없는 녀석이다.

 

대학시절 C라는 또 한 아이와 함께 세명이, 소위 선배들이 인정하는 트로이카 였는데,

당시에 셋 중 나는 그런 자격이 없다는 자괴감에 빠지곤 했었다.

똑같이 시간을 투자해 공부를 해도, 아웃풋에서 차이를 느끼곤 했기 때문이다.

H는 분석과 재구성에 있어 나를 넘어섰고, C는 순발력과 아이디어 부분에서 따라잡기가 힘들었다.

내가 두 친구보다 좀 나았던 점이라면, 감수성 정도.

이렇게 작용한 열등감은 학부초 세웠던 문학을 계속 하겠다던 나의 꿈을 접게 만드는 내면적인,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이유가 되었다.

두 친구는 나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여튼 우리는 학부 4년간 그 나이또래 애들이 갖게되는 고민과 경험을 진하게 나누며 컸고, 이른바 진정한 '친구'관계가 다져졌다.

셋은 시기는 다르나 대학원에 진학, 학위와 논문이라는 결과물을 가지게 되었지만, 결국 모두 공부를 접고 사회생활의 길을 택한다.

 

세사람의 현 성적.

나는 대학원 졸업 후 군대를 마치고 신세계라는 기업에 18년째 재직중.

H는 학업 이후 금융회사에 취직 은행 차장으로 있다.

C는 졸업 후 첫직장은 건설회사, 그 후 동아일보 기자로 활약하다가,

6년전 1월1일 새벽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우발적이건 계획된 것이었건, 가장 똑똑하고 생활력 강하다고 생각되었던 C의 자살로 인해 받은 충격은 겪어본 나자신만이 안다.

본인도 안됬지만 남아있는 제수씨와 딸이 더 안스럽다.

 

그 후 H는 뉴욕 지점으로 발령이 나 3년반의 근무를 마치고 귀국해 그제 연락이 왔다.

순대국과 소주를 앞에 놓고 그가 하는 말이 '너를 보니 마음이 푸근해진다'였다.

나도 마찬가지야 임마.

 

굳이 말이 없어도 같이 있으면 맘이 편해지는 친구,

그가 돌아와 나도 그도 커다란 행복이 하나 더해졌다.

 

반갑다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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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hane k. :